3년 전, 몰디브에 처음 가 본거였으면서 감히 그런 생각을 했다- 이 리조트는 별로 몰디브답지 않은 것 같다고. 높은 평점을 자랑하는 숙소였지만 상상했던 그 몰디브 분위기는 아니었달까.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내가 막연히 생각해온 몰디브다움이 뭔지를. 한마디로 수상빌라였던 모양이다! 단순하게도.
그래 이거. 바다 위에 떠 있지만, 나무냄새 나는 보송한 데크 위에서 발가락 하나 젖지 않고 그 풍경을 누릴 수 있는.. 밤에는 자쿠지에서 밤바다 위에 뜬 별들도 볼 수 있는. 첫날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이 '몰디브스러운' 물 위의 집이 마음에 들었다.
이 섬 이름이 뭐더라, 너무 어려워 잊어버렸는데 아무튼 3년전 갔던 섬보다 훨씬 작다. 본섬 말레 (Male) 에서 50분 수상비행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작고 호젓한 섬. 이 리조트는 2017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물색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얼마나 작은 섬인가 하면, 카약을 타고 한시간 정도 천천히 노를 저으면 한바퀴 다 돌아질 정도여서, 의자를 옮겨가며 노을을 서른 세 번인가 봤다던 어린왕자의 작은 고향별 얘기를 떠오르게 한다.
바다거북의 보금자리가 이 근방에 있어서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중에 거의 매번 볼 수 있다. 수면위로 거의 올라온 거북이는 본 적이 있어도 물 속에서 보는건 처음이었는데, 검푸른 물속에서 두둥실 나타나는 거북의 실루엣은 그 어떤 형형색색 열대어보다도 반가운 것이었다.
물속에서 맞닥뜨렸을때 의외로 무서운 존재인 가오리. 다른 바다에서도 많이 봤음에도 불구, 그때마다 숨을 죽이게 된다. 일단 덩치가 굉장한 경우가 많고, 특히 머리 위쪽으로 지나갈때면 그 위압감이란.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펄럭거리며 다가오는 그 순간엔 눈을 질끈 감게 된다.
하지만 상어에 비하면 가오리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나보다. 쪼매난 열대어들 틈에서 녀석이 슥 나타난 순간 눈을 의심했다. 너무 모형같아서. 상어..? 설마 식인상어...?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 와중에 무슨 상어인지 혹시 사람을 해치는 종인지 지느러미부터 살피게 되더라. 설사 죠스라 하더라도 무조건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는데, 나같은 사람은 겁 먹고 허둥대는 통에 가만 있던 상어도 화나게 할 듯. ㅋㅋ
이 날 스노클링은 역대급 고단함이었다. 상어와 가오리를 몇 분 간격으로 마주치는 바람에 얼마나 간이 쫄았던지.;
돌아오는 길에 만난 돌고래무리.
멀리서 볼땐 몰랐는데 새끼돌고래도 있네. 귀엽. >_<
놀이중에 뭐니뭐니 해도 제일 배고프게 하는게 물놀이 아니겠는가? 물에 들어갔다가 먹고 자고 기운 차리면 또 바다가 보이고...하루하루가 그렇게 흘러갔다. 스위스에서 산을 멀리하면 꽤 많은걸 놓치게 되듯이, 몰디브에서는 바다를 좋아하지 않으면 삶이 너무 건조하지 않을지.
사메는 바닷바람만 쐬면 잠이 그렇게 잘 온단다. 거 참 신기하네.. 바닷바람 맞으면 찝찝해서 절대 해변에서 못 자는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것. ㅋㅋ
자쿠지에서 별을 보긴 커녕 서서히 빨래걸이가 되고 마는데.. 저 자리 직사광선이 빨래 말리는데 짱인지라.
평화로운 섬이다.
사메가 중국옷 같다고 한 원피스. 온라인에선 저 색이 아니었는데 받아보니 왠지 차이나 스타일.
우리가 가기 바로 이틀 전, 한국발 관광객의 입국을 불허한다는 발표가 났고, 이래저래 좀 고민이 되었다. 한국발이 아니니 입국이야 시켜주겠지만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국에 이 휴가를 꼭 가야 할까 싶어서.
취소하기엔 너무 늦은지라 떠나긴 했는데 아무튼 유럽은 이제 본격 퍼지기 시작한 듯.
원래 이탈리아인들이 주고객인 리조트라는데 요즘 이탈리아 상황이 나빠진 관계로 관광객수가 예년의 1/3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오직 바다가 전부인 이 작은 섬에서 사람이 아프면 어찌하려나. 한 시간 수상비행기를 타고 본섬 말레에 가야 병원다운 병원이 있을터인데. 아무쪼록 이 무방비상태의 섬이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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