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매달려 살다 보니 집 꼴이 말이 아니다. 냉장고에서 채소가 상하고 있다거나, 청소가 안 되어 있다거나- 그런 거면 차라리 낫겠는데 집에서 거의 잠만 자고 나가는 탓인지 내 체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달까. 문득문득 흉가 같은 기분이 들어서 참 거시기하다. -.-;;
오늘은 백년만에 집에서 보낸 토요일이었다. 독일 가서 새 청바지랑 신발 한 켤레 사고, 그간 존재의 의미를 잃은 것처럼 보였던 밥솥으로 모처럼 밥도 하고. 학교에서 'Developed country에서 온 uptown girl' 이라고 자주 놀림 받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 밥을 다 먹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developing country와 developed country 를 사뭇 독창적인 기준- 같이 밥 먹을 때 밥을 남겼냐 안 남겼냐- 에 따라 결정한다. 즉, 밥 남기면 굶주림이 뭔지 모르는 인간으로 간주, developed country 국민으로 분류됨)
일주일은 족히 환기를 안 시킨 것 같아 창문을 활짝 열었는데 아...몇 년 만에 맡아보는 향기인가...아카시아향이 너무나 반가워 눈물이 다 찔끔했다. 마침 TV에서 삼성 광고가 나오길래 웃느라고 또 한 번 눈물 찔끔. (왜냐면 우리 연구실 남정네들이 재잘대는 'Developed Korea' 농담 시리즈 중 내 등에 커다란 문신이 있다는 루머가 있음. 그 문신은 'samsung' 이라고... -..-) 휴식같던 토요일도 어느덧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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