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내 스케줄을 봐가며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좀 기분이 묘하달까. 너무 바빠 우울할 지경인 이 와중에도 바젤에는 축제가 시작되었다 (매년 있는 봄맞이 축제). 피리를 불고 종이 꽃가루를 흩뿌리며 행진하는 거리 한가운데에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때 그 기분을 상기해냈다. 전기대 낙방 후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던 풍경.. 그때 세상은 참 얼마나 낯설도록 멀쩡했던가. 그때의 기분에 젖어있는 동안, 탈을 쓴 무리는 리허설을 끝내고 왁자지껄 멀어져 갔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자랐어도, 지구는 언제나 변함 없이 덤덤하게 돌아가는가 보다. 알고 있었음에도 번번이 새삼스러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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