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안 했었다. 독일에 있을 때니까...복잡하게 투표하기 귀찮아서. 그때 투표를 안 했던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라고는 아직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는 나의 한표가 없이도 대통령이 되었고, 그때 내가 투표를 했다고 해서 지금의 맘에 안 드는 차기정부를 막을 수도 없었을 테니까. 아직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지만...오늘 본 사진 한 장에 마음이 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도 나에게 결혼은 먼 일. 이 사람을 떠날래, 결혼할래 라는 선택에 기로에 선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을 택할 것 같지만 솔직하게 말해 결혼 그 자체가 나는 너무나 두렵고 그 후에 벌어질 모든 일들- 일해야 하는데, 나이도 많은데 2세는 언제 낳고 언제 기르지, 그런 좋아하지 않는 일들을 하면서 내 인생을 소비할 일이 미치도록 부담스럽다.
아직도 변함 없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왜 사람들이 누군가와 함께 미래를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들 반쪽이 있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느끼는지 요즘 들어 어렴풋이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직도 안개 속에 있는 둘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관계는 훨씬 많이 진지한 것 같다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같이 있지 못하게 될까봐...나중엔 어떻게 변할지 몰라도 지금은 그게 가장 두렵다. 같은 곳에 정착 못하면 나중에 둘 중 하나가 옮기면 되고,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간이 생기더라도 결국 나중에 함께 할 수 있다면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전에는 절대 할 수 없었던 대범(?)한 생각을 하는 스스로에게 가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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