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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드디어 여름

by SingerJ 2021. 11. 11.

금년엔 유난히 더뎠다, 여름이 오기까지.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자 마땅히 입고 신을 것들이 없다는 걸 깨닫고 오랜만에 쇼핑을 했다. 여름휴가 Majorca로 가기로 했는데 의논만 실컷 하면서 비행기 예약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뜻밖의 job offer를 받아서 (그래봤자 포닥 자리지만) 생각이 많아졌다. 짧으면 연말까지, 길면 내년 여름까지 연구실에 남아 일하면서 취직을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혹시 그때까지 자리가 안 구해질 경우, offer 받은 쪽으로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연구실인데, 그간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나를 잘 봐준 덕에 생각지도 않았는데 '같이 일하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하라' 라는 말을 들어서 마침 연구실이 뒤숭숭한 이 시점에 믿을 구석이 되어주고 있다.


아아, 그러나 가비...크리스와 함께 셋이 저녁 먹던 자리에서 '너희 둘은 나에게 최고의 연구 파트너이자 좋은 친구였다' 라고 해서 난 그만 주책 없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렇게 좋은 보스와 그룹이 외압으로 인해 해체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도 1년이 남았지만, 한편으로 겨우 1년 밖에 없나 싶기도 하고. 나야 어차피 떠날 몸이고 계획보다 조금 먼저 자리를 옮기면 되는 거지만 오랜 세월 몸 담은 가비에게는 고향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지 않을까. 1년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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