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의 아침식사는 맛있고도 푸짐했다. '한국인은 그저 밥심으로 산다' 열변을 토하시던 주인 아저씨. 그 날 민박집엔 나 말고도 두 가족이 함께 묵고 있었다. 우리언니 또래의 그녀들- 처음 보기엔 그저 의젓한 엄마들이었는데 얼마 차이 안 나는 내 학번을 알자마자 단박에 수다스런 언니들로 변모, 나의 '아가씨 시절' 을 침이 마르도록 부러워하는 거였다.
'남자친구는 있니,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니' 라는 식상한 질문 대신 싱글의 좋은 점을 긍정적으로 보아주어서 고마웠다. 하지만, "전 언니들이 부러운 걸요." 라고 맞예의치레로 말해주기엔 아들내미들이 너무 부산스럽고 ^-^;; 애들 돌보는 모습이 너무 고생스러워서 그 말은 끝끝내 진심으로 나와주질 않았다. 이그, 요놈의 요령 없는 입.
아직은 쌀쌀한 프라하의 봄. 부활절을 맞아 볼거리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커다란 달걀에 색칠하기, 전통방식대로 종 만들기 시범 등.
무엇보다도 까를교. 그 유명한 까를교! 그래서 몹시 북적대는 까를교. -.- 관광객들과 노점상들로 발 디딜 틈 조차 없는 이 까를교가 엽서 속에 나온 그 분위기 있는 다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침 일찍 다시 찾은 까를교는 과연 낭만적인 곳이 맞았다.)
프라하에선 뭐니뭐니 해도 야경이라고들 한다.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엽서를 쓰고, 그러면서 밤을 기다려 그 아름답다는 야경 앞에 섰을 땐...과연...탄성을 지를 만한 것이었다. 빠리, 부다페스트와 함께 유럽의 3대 야경으로 꼽힌다는 그것. 그저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싶었던, 마음 건조했던 부활절. 프라하의 야경을 보는 동안 어느새 밤하늘에 흘뿌려진 조명안개 만큼이나 많은 감정들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많은 것들이,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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