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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토요일 오후 이런저런 이야기

by SingerJ 2021. 11. 12.

옷 쇼핑하러 취리히에 갔다가, 얘기로만 듣던 한국식품점을 발견하는 바람에
주객이 전도되어 옷 대신 먹을 것만 잔뜩 사들고 왔다.
오...가게는 작아도 있을 건 다 있었다.
종가집 포기김치, 깍두기, 떡볶이떡과 어묵, 뿌려먹는 김, 날치알,
냉동 군만두, 찹쌀, 풀무원 두부, 즉석 비빔국수, 커피믹스 사 왔다.
사실, 외국에서도 한국식품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도 큰 아쉬움 없었고.
그러나 이 곳은 하필이면 사각지대라, 쩝.
한국음식 안 먹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고생 좀 했을 거다.
2년 만에 먹어보는 김치가 참 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이 곳 아시아 상점에서 파는 두부와는 달리 너무 단단하지도, silky하지도 않은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알찬 한국두부의 우수한 질감도 감동적이었다.
밥상을 물리고 커피믹스를 한 잔 마시는데 너무 맛있어서 진심으로 깜짝 놀람. @o@
'한국은 요즘 이러이러하게 안 좋은데 넌 스위스에 살아서 좋겠다' 라는 말, 자주 듣는다.
이젠 싫든 좋든 이 곳에 뿌리 내린 나를 위해 그렇게 말은 해주지만
가끔 불만이 있더라도 막상 한국을 영영 떠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
매일 쓰는 우리말, 끼니마다 먹는 우리음식- 그 두 가지를 할 수 없는 것 만으로도 
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포기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사메 드디어 취직했다. 보스맨이 아파서 계약서는 아직 받기 전이지만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고용하겠다는 확답을 들은 상태니 이 정도면 확정이라고 봐야겠다.
긴 여정이었다.

지난 주말은 비교적 잘 보낸 주말이었는데 이번엔 어째 자꾸 게을러지고 있다.
아랍어 숙제도 해야 하고, 일거리 좀 들고 온 것도 끝내야 하고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 &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늘 그렇듯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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