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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그동안 서울은

by SingerJ 2021. 11. 14.

많이 변한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변했거나. 뭐 양쪽 다 변했을 수도 있겠다.
2년 전에만 해도 낯설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었는데
이번엔 온 지 벌써 며칠이 지나도록 남의 집 온 것 같은 느낌이 떨쳐지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 우리말, 우리 음식, 가족, 친구들, 우리 늙은 개- 모든 정든 존재들이 있어서
그 속에 서 있는 기분 또한 참으로 색다르면서 나쁘지 않다.

휴가의 출발은 매우 좋지 않았다.
한국 오기 바로 전날 온갖 슬픈 영화를 찍는 듯 연애가 끝이 났고,
그 여파로 인해 아직도 마음이 몹시 부대끼고 방황한다.
쿨하게 끝낸다는 건 역시 TV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인 듯.
우리는 아직도, 정말 이게 끝일까 반신반의 하며, 끊어져가는 동아줄을 지켜보고 있다.
어차피 다시 만나도 문제 투성일텐데 그냥 잊고 좋은 사람 만나지, 하다가도
이만한 사람 다시 없을 것 같은데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아, 아쉽고 가슴 아파, 하다가
얘는 나랑 헤어지고도 여전히 축구에 facebook할 정신이 있나 보군, 망할 놈, 하다가.
그러는 나 역시 미용실 가고 한국음식 먹을 거 다 먹고, 치과 가고, 운동 하고,
피부과 가서 점까지 뺀 걸 보면 나도 거기서 거기군 하는 생각도 들고.
음, 지나간 사랑을 잊으려면 어서 빨리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게 최고지 하면서
어딜 가면 멋진 남자를 속히 만날 수 있으려나 궁리하는 내가 우습고도 독해 보이고.
뭐 그러면서 한국에서의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슬슬 건강검진도 하고, 연락 못한 친구들에게 안부 좀 전하고
가져갈 것들을 사라는 엄마의 성화로 백화점과 시장엘 따라다니길 반복할 테고 
그러다 보면 돌아갈 날이 코 앞에 다가와 있을 거고
휴가는 꿈처럼 끝이 나고 일터로 돌아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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