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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개들의 낙원

by SingerJ 2021. 11. 17.

이 곳은 몇 년 전 바젤에서 막 살기 시작했을 무렵에 연구실 동료 크리스가 데려가줬던 곳인데
뛰어노는 개들이 어찌나 행복해보이는지 기분이 절로 좋아지곤 해서 종종 가는 산책장소가 되었더랬다.
"개들의 낙원이 따로 없네." 했더니 크리스가 그랬었다- "맞아! 이 공원 이름이 바로 그거야." (Hundeparadies)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개들이 많은 듯 했다.

스위스의 개들도 독일의 개들과 다르지 않아서, 어디서든 매우 온순하고 의젓한 편이다.
스핑크스처럼 앉아만 있던 개들이 이 공원에선 너무너무 씐나!- 를 온몸으로 발산하며 노는 모습을 보노라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진실로 행복한 모습은 보는 이까지 참 행복하게 하는구나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흥에 겨운 나머지 잔디밭에서 혼자 벌러덩을 무한반복하고 있는 놈, 번개처럼 물에 뛰어들어 작대기를 건져오는 놈,
공을 물고 쏜쌀같이 달리는 놈, 전혀 모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까지 우다다를 권하는 녀석도 있다.
우리집 견공이 놀기 좋아하던 시절 이 곳에 데리고 다닐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마음 짠하게 만드는 풍경.
나의 할배개는 아직도 놀랍도록 정정하긴 하나 이젠 더이상 산책도 우다다도 좋아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모처럼 얼굴을 내민 햇빛, 가을냄새 실린 바람- 좋은 것들을 누리기에 주말은 항상 감질나게 짧다.
나라면 도저히 웃을 수 없을 상황에서 미소 지을 수 있는 너의 그런 면. 애 같다고 불평하곤 하지만 항상 진담은 아니란 거 알지. 쪽.
어느덧 뜨끈하고 걸쭉한 음식이 어색하지 않은 계절. 아...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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