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렀음을, 그리고 세상이 변했음을-
감탄이 절로 나오는 smart 기계들 보다는 바나나 한다발에서 더 많이 그 사실을 체감하게 되니 좀 모를 일이다.
나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바나나가 아직 완전히 흔하지 않았다. 낱개로 파는 게 보통이고 값도 비쌌다.
제주도산 바나나가 대량 유통되기 시작하고 수입 바나나는 그보다 더욱 흔해지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여기서는 그 시절에도 바나나가 이미 흔했는지도 모르지만 오늘 퇴근길 수퍼마켓 과일코너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세월이 흘렀네. 세상이 변했네. 내 삶의 본거지도 그간 달라졌네...라고.
우리 팀장에 대해 좀 말해보자면, 쌈닭같은 공격성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가진 유형.
차분히 분류하고 계획 짜서 처리하고 이런 스타일은 아닌 반면, 창의력 순발력 임기응변엔 상당히 강해서
조직내 보스보다는 혼자서 하는 독창적 사업을 해보면 굉장히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들게 한다.
다혈질인 성격 탓에 간헐적으로 JR을 하시는데 -_- 그럴 때 논리적 반박은 아무런 효과가 없고 단 두 가지 해결책이 있음-
그냥 들으면서 진정될 때까지 좀 기다리거나, 아니면 회사를 뒤흔들며 대판 싸우거나. ㅋㅋ
물론 그렇게 싸워본 적도, 흥미도 없고 내가 매번 택하는 건 첫번째 방법인데
우리 팀장 목소리가 좀 높아진다 싶은 타이밍에 듣다 말고 일어나 우리가 얘기중인 사무실 문을 닫곤 한다.
처음엔 단지 남사스러워서 소리를 차단할 목적으로 닫은 것 뿐인데, 해보니 의도하지 않은 효과도 있길래 종종 써먹고 있음.
문을 닫음으로써 (1) 지금 당신의 언성이 필요 이상으로 높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상기시켜 줄 수 있고
(2) 팀 내 불화가 있는 것 마냥 언성 높이고 있는 이 광경이 남 보기 창피하지도 않냐는 말을 굳이 말로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한창 화내고 있을때 일어나서 문을 닫으면 매우 머쓱해하면서 목소리가 좀 차분해지고 -.-
나중에 진정된 뒤에 '제 일처리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언제 진지하게 대화 좀 하죠' 라고 덧붙여주면 판세역전도 가능.
지롤하고 나서 자기가 미안해 할 일을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음. -.-
그리고 우리가 열 받는 이유는, 우리 팀장을 발작하게 만드는 건수들이 (우리가 보기엔;) 아무 것도,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
구글을 좀 봐봐요, boss라는 단어만 쳐도 어떤지를. email로 확 보내버릴까보다. -_-
해당 보스들은 반성하기 바람. 뭐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애환이 또 있겠지만 말이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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