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사 최과장님과 꽤 친한 편이다.
워낙 자주 의논할 일이 많다 보니 일얘기는 물론이고 순수한 잡담도 종종 하는데, 오늘의 주제는 저녁밥 메뉴였음.
집에 가면 칼국수가 있을거라고 자랑을 하길래 순간 나도 우리음식- 특히 김밥- 이 먹고 싶어졌음.
하지만 단무지 빠진 김밥은 상상할 수 없고 단무지를 사려면 1시간 걸려 취리히에 가야 하기 때문에 결국 포기한다는 결론.
그러자 최과장님 왈- "그럼 단무지 대신 김치를 넣어요! 그 또한 훌륭한 맛이에요."
아...베른에 사는 사람에게 있어 이것은...바로 그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지 그래' 라는 유명한 말의 살아있는 예로고. ㅋㅋ
사람의 생각이 (나만 그런지도 -.-) 참 굳어있다는 사실을 아주 작은 일에서 절감하곤 한다.
얼마 전부터 감자튀김을 해먹으면 요상하게 탄맛 + 칼칼한 맛이 나는거다.
기름이 오래됐나 싶어 그 아까운 걸 (전기튀김기에 기름이 좀 많이 들어가나) 다 다시 새로 붓길 벌써 몇 차례.
오늘 드디어 깨달은건데 문제는 케찹이었음. 핫소스인가 뭔가가 첨가된...탄맛 비스무리 나는 칼칼한 케찹을 무심코 샀던 것.
우아아 난 왜 그렇게 철썩같이 기름이 문제라고만 믿었을까.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고자 한 게 비단 이 작은 일 뿐만은 아닐터, 갑자기 나 자신이 그리 고지식해 보일 수가 없었다.
여긴 아닐거야- 라고 거의 확신했던 의외의 곳에서, 바로 그 찾고 있던 대상을 발견한 전례가 꽤 있었음에도 왜 나는 여전히 완고한 건지.
골치 썩이고 있는 애정전선이나 기타 문제의 해답도 어쩌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걸지도. 그게 뭘까...뭘까..
한국 전쟁 나는거냐고 사람들이 매일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그냥 원래 말로만 항상 그래' -_-a 라고 성의 없이 답하곤 했는데
이젠 한국에서 나와 산 지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체감하는 게 영 없어서 혹시 이번엔 진짜가 아닐까 좀 걱정도 됨.
한 번 갈 때마다 한국은 뭔가가 약간씩 달라져있다. 지하철역의 모습이라든지...그런 작은 것들이지만
스스로를 이방인 내지는 매우 원시인 ^^ 스럽게 느껴지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러고 보니 다음 한국방문은 언제, 금년 휴가는 언제 어디로- 아무것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 참 정신 없이 사나보다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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