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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이사가 다 끝나 있었으면

by SingerJ 2021. 12. 21.

가구배치 계획을 대강 세워놨긴 한데, 딱 한 번 본 새 집을 과연 제대로 기억하고나 계획했는지가 의문이다. 공간지각력이 심히 떨어지는 나로서는 한 번 보나 두 번 보나 별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서도. -,.- 3D simulation으로 쉽게 해결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어 버리면서 (자세한 평면도가 없다 함...어떻게 그럴 수가.. OTL)


결국 dimension을 직접 측정하거나 눈대중을 믿거나- 두 가지 방법만 남았다. 일단 큰가구만 배치한 후 자잘한 것들은 봐 가면서 하면 제일 좋겠지만 문제는 그 '봐 가면서' 할 틈이 없을 거라는 거. IKEA 기사분들은 배달+조립+설치를 대개 2시간 내에 후딱 번개처럼 해치우기 때문에 "소파는 여기가 좋겠어요. 아뇨 이 방향이 더 나을라나. 조명의 길이는...음...이렇게. 아뇨 좀 더 길게." 그때 가서 이렇게 느긋하게 고민하며 공간의 예술을 논할 시간이 없다. 가구는 물론 소품을 둘 짜투리 여백 등 모든 공간을 미리미리 생각해두는 게 그래서 필요하다.

한국에도 IKEA가 입점했다고 들은 것 같긴 한데 어느 정도 인기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독보적인 듯. 내가 생각하는 IKEA의 강점은 (1)가격대가 다양하고 (2)자기만의 공간에 딱 맞게 DIY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가구 자체의 모양/색상이 상당히 제한적이라 한 번 취향에 안 맞으면 계속 안 맞을 공산이 크다는 점. 품질은 당연히 가격 따라 다르다. '역시 IKEA라 (싼)티가 나네' 라는 평을 들어봤다면 그 가구는 아마 낮은 가격대일 것이고 'IKEA 가구는 저렴하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비싸네' 라는 말이 나온다면 중간이상의 가격대를 골랐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겠다. 배달과 조립서비스가 매우 저렴하다는 게 유럽에서는 가장 크게 먹히는 장점이지만 가구를 사면 원래 그 정도는 기본으로 해주는 한국에선 전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지도.

회사일이 아직 다음주까진 피크인데 이사는 얼마 남지 않았고 해서 마음이 바빠졌다. 내 선택에 다 맡긴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같이 쓸 가구인데 의견을 너무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혹시 '이것만은 제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는게 있냐고 물었더니 침대 위에 천막 치는 것만 좀 피해줬으면 좋겠단다. ㅋ IKEA에는 어차피 캐노피 침대가 없고, 따로 설치할 정성도 내겐 없으므로 이 요청사항은 자동 수용. 마음에만 들면 흰색가구도 상관 없다는 나와는 달리 사메는 어두운 색을 선호하는데 매장을 둘러본 결과 의외로 흰가구가 생각만큼 화사해보이지 않길래 나도 생각을 바꿨다. 시간 아낀다고 온라인에서 미리 점 찍어두고 갔었는데 직접 보니 실물이 예상보다 더 많이 달라서 계획 전면수정. 시간 더 소비. ㅠ_ㅠ 


빨리 9월이 지나서 좀 여유가 생겼으면. 하루 자고 일어나면 이사가 다 끝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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