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 깻잎, 콩나물은 참 좋아하는 채소들이지만 하필 이 곳엔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취리히에 있는 한국식품점에서 깻잎과 콩나물을 팔기 시작한 걸 보고 냉큼 두 봉지씩 사왔다. 이 두 가지 채소 덕분에 참 믿을 수 없게도 주말 내내 크게 행복했다. 콩나물 무침을 했고, 콩나물국을 끓였고, 남은 한 봉지로는 콩나물밥을 해서 양념간장 넣고 비벼 먹었다. 깻잎은 데쳐서 오로지 쌈장만으로 쌈 싸먹었을 뿐인데 집안에 퍼지는 향기가 참 눈물까지 나게 반가웠다. 막바지 일과 이사준비와 여러가지 서류 스트레스로 하루하루 에너지 소진 중이었는데 뜨끈한 콩나물국에 밥 말아 먹고 푹 잤더니 금방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어쩌면 바로 그 고향의 힘 내지는 밥심.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 후 일주일째 (8) | 2021.12.21 |
---|---|
Basel로 (2) | 2021.12.21 |
공격적인 분들은 이 곳으로 (2) | 2021.12.21 |
이사가 다 끝나 있었으면 (3) | 2021.12.21 |
너네 보스한테 이를거야 外 (2) | 2021.12.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