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비로소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매일 뭔가 손 볼 것들이 나타나서 아직도 몇 가지 일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강은 끝난 것 같다. 여기서는 사람의 손을 거치는 서비스를 구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돈 낸다고 다 되는 게 아님) 별 것 아닌 일에도 노력이 곱절로 들고 비용은 비용대로 만만치 않다. 아무튼.. 집이란 사람이 살기 시작하는 즉시 어수선해지기 마련이므로 깨끗할 때 얼른 기념사진 좀 찍고.
현관문 열면 바로 보이는 벽걸이 촛대와 포도덩굴. 덩굴도 초도 가짜(LED). 자세히 보면 화분 뒤에 리모콘이 있다. 전체면적에 비해 전실(前室)이 상당히 넓은 구조인데, 실생활에 활용하기는 어렵고 비워두기는 허전한 애매한 공간이다. 사실 덩굴 뿐만 아니라 집안에 있는 모든 식물이 가짜임. 캬캬.
현관 왼쪽 작은 문간방. 가구가 다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침실을 옷방으로 쓰고 여길 차라리 침실로 쓸까 고민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공간이 충분해서 예정대로 옷방이 되었다.
한쪽 면에는 장롱 둘을 연달아 놓았고 (하나는 사메가 쓸 거라 비워두었다)
그 맞은편에는 화장대 겸 해서 expedit을 놓았다. 그리고 전신거울. 거울 뒤쪽에 옷을 꽤 많이 걸 수 있다. 예쁜 화장대를 갖는 게 꿈이라는 여성들도 많던데 난 그냥 서서 대충 찍어바르는 편이라 화장대는 필요치 않다. 두 줄은 내가 쓰고 나머지 두 줄은 비워놓으려 했는데 슬금슬금 내 물건들이 사메 자리를 침범 중. 먼저 맡는 사람이 임자.
문 뒤 잘 안 보이는 자리엔 서랍장과 신발선반. 예쁜 하이힐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면 좋겠지만 보시다시피 그야말로 '신발'만. 히.
거실. 집 구조 중에서 욕실과 함께 불만이라면 불만인 곳이다. 일자로 긴 구조라 가구배치에 제약이 많고 실제면적보다 더 좁아보인다. 크지 않은 식탁을 고른다고 고른건데도 작은집에 들어오니 가구들이 다 거대해 보이네.. 식탁 뒤쪽에 선반을 달았는데 청소하다 머리 박은 게 벌써 두어번은 된다. 손님은 저 자리에 앉게 하면 안 될 듯. 장식품이 없어서 선반위에는 화분들만 있다. 유일하게 화초가 아닌 장식품은 낚시 하는 고양이 커플. 아 참, 저 액자도 있구나. 배터리로 작동하는 그림인데 불꽃부분에 불이 들어오면서 깜박거림. 식탁 위 촛대는 IKEA에서 묶음 할인판매하던 Made in China 제품. 식탁 옆 창문 스티커도 China. 누가 차이나를 무시하는가. ㅋ
포도덩굴은 사진 찍어 놓으니 유난히 말라 비틀어지게 보이는데 -.-; 실제로는 괘안타(라고 믿고 싶다). 집안을 밀림화 하려고 한 건 아닌데 허전해 보이는 공간이 많아서 남는 덩굴 가져다 달았다. 특히 소파 뒤에는 선반이 원하던 것보다 너무 높이 달려서 반드시 무언가로 메꾸고 싶었다. 강박증 환자 -_-;; 들은 이런거에 무척 예민해서 스스로 피곤함- 수직, 수평, 각도, 순서, 작은 흠집, 공간의 면적 등... 사실 내가 벽에 액자 거는 걸 그다지 안 내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평이 좀 안 맞아 보이면 그것만 눈에 보여서 아주 살 수가 없숴..
햇빛은 잘 들어온다. 오히려 낮에는 햇빛이 꽤 강해서 커튼을 항상 쳐두어야 할 듯. 거실 밖에는 꽤 넓은 발코니가 있으나 발코니의 가치를 그다지 높이 사지 않는 나에겐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발코니 경관이 좋다면야 밖에 나가서 그릴도 하고 차도 마시고 하면 좋겠지만 뭐 그냥 '앞집 베란다 view'임. 소파 쿠션들과 응접탁자는 없어도 전혀 불편 없을 듯 한데 괜히 산 것 같다. 유일한 진짜식물 ^^ 인 탁자 위 장미.
집이 좁으므로 너무 육중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고, 몸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과한 쿠션감이 없는 소파를 찾다가 다행히 저 소파가 만족스러웠다. 오렌지색 의자는 내 전용(...으로 혼자 정했다). 아, 토끼. 선반 달아주시던 IKEA 기사분이 저 위에 앉혀 놓았다. 향수 사면서 받은 사은품이었는데 꽤 오래 같이 살고 있다.
TV 없는 거실, 대화가 있는 거실은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것일 뿐.. 우리집 거실은 대화단절형. ^^ 드라마 볼 때나 다이어트 비디오 따라할 때도 TV는 꼭 필요하다. 어떻게 없이 살 수가 있음.. 소파에서 축구 보는 게 큰 낙인 사메는 아마 TV 없으면 죽는다고 할 듯. ^^ 주변의 전선 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그 다음엔 침실. 한 면엔 침대, 반대편엔 책상이 놓여 있다. 책은 어떻게든 기를 쓰고 없앨 수 있지만 책상은 없으면 스트레스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있긴 있어야 하나보다. 저 LED 전등은 IKEA에서 잘 나가는 제품인데 조명으로서의 본분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IKEA 매장에서 봤을 때는 각종 보조조명들과 함께 전시를 해두었기 때문에 충분히 환하길래 바보같이 저 등도 밝은 줄 알고 샀음. 하...내가 멍청했어. -_-; 그래서 보조등으로 체리나무 스탠드를 사서 협탁 위에 두었는데 이 조명 역시 멍청함 (스위치가 없음). 차라리 그 돈으로 터치등이나 살 걸 그랬지. -_ㅠ
침대 위 액자 높이 맞추느라고 한 시간 넘게 이리저리 걸어봤던 것 같다. 그래도 결국 조금 비뚤어보임..
애증의 커튼...이사 다닐 때마다 제일 속 터지게 하는게 전등설치와 커튼. 주름이 들쭉날쭉 하지만 그래도 햇빛이 비치면 나름대로 나른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있다(라고 믿고 싶다). 침대에서 바라보이는 벽에는 한눈에도 가짜티 팍 나는 해변풍경 스티커가 붙어있다. 저 흰색 침대 테이블은 침대 위에서 인터넷 할때 편리하긴 한데 문제는...매트리스를 30cm 두께로 샀더니 침대가 너무 높아져버려서 테이블과 침대 사이 협소한 공간에 낑겨 들어갈때면 림보게임이 따로 없다. 안 쓸 때는 해변가(ㅋ)에 그냥 세워둔다.
부엌은 넓긴 한데 여기도 역시 일자로 긴 구조. 부엌살림도 별로 없는데 수납공간은 많아서 남는 공간이 꽤 있다.
오른쪽에는 침대 테이블과 똑같은 걸 하나 더 사서 놓았다. 원래는 앉아서 요리책도 보고 양파도 까고 할려고 놓은 건데 그냥 이것저것 올려두는 용도로 서서히 정착할 것 같다. 저 이집션 시종 스티커는 주문해놓고 보니 왠지 무서워서 현관에 붙이려던 계획을 급 변경, 부엌으로 쫓겨났다. 쿠쿠 전기밥솥을 즈려 밟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날카로운 눈매의 시종...무섭지 않은가... 영화에서 보면 꼭 밤에 눈을 번득이며 벽에서 걸어나와 무기를 휘두르던데. 그래서 현관엔 도저히 붙일 용기가 안 났다.
지난번 집에서보다 욕실은 더 좁다. 저 수건 수납선반은 원래 세면대 오른쪽 공간에 쏙 들어가도록 나온 제품인데 이 집은 이상하게 거울 수납장이 그 공간까지 뻗어있는 탓에 수납선반은 옆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바닥은 부엌과 같은 타일인데 맨발로 밟으면 좋은 느낌이 아니라 원목발판을 몇 개 깔아두었다. 부엌은 어찌 할까 아직 생각 중.
색깔등이 켜지는 샤워기로 교체했다. 물 온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휙휙 바뀌며 물이 나와서 샤워할때마다 클럽에 온 기분이다. 히. 이런 애들같은 소품이 의외로 기쁨 준다. 유관순(?) 머리에 박스티 입은 거울 속 여인은 패스. 벽 타일은 흰색처럼 보이지만 회색+녹색 섞인 야릇한 색상임.
오늘은 일단 좀 푹 자고, 내일은 먹을 걸 좀 해먹고. 너무 지쳐서 어디 놀러 가기도 싫고 일단 며칠은 원없이 놀고 먹고 싶다. 그러고 나면 휴가는 딱 2주가 남는데 하고 싶은 일은 많고...무엇부터 해야 할 지 차근차근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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