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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단순하게 단순하게

by SingerJ 2021. 12. 21.

짧지 않은 주말이 과연 존재하긴 하는가 싶지만 이번 주말은 유난히 짧았다. 새 직장에서의 일주일이 나름대로 고단했던갑다. 학년이 바뀌어 새 담임쌤과 급우들을 만났을 때처럼, 마흔살이 되어도 나는 변화를 즐기지 못하는 그때의 국민학생 같다. 몇 분에 오는 트램을 타야 하고, 몇 시 교외열차가 가장 쾌적하고, 어느집에서 커피를 사야 줄을 길게 안 서고도 맛이 있는지, 회사 동료들은 어떤지, 앞으로 할 일은 대강 어떤 건지- 그런 간단한 것들을 익히는데 일주일이 훌쩍 가버렸다. 이제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으니 내일 출근길은 지난주처럼 생소하지는 않으려나, 그건 좀 안도가 되는 일요일 저녁.

이제 같은 도시에 살게 됐으니 차나 한잔 하자고 무라드와 언제 한번, 언제 한번, 하고 있는데 '언제 한번' 이란게 늘 그렇듯 벌써 한달이 넘었다.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 살아도 언제 한번은 이렇듯 결코 쉽지 않다. 연락 한번 먼저 하는 법이 없는 친구는 과연 나를 정말 친구로 생각하긴 하는 걸까 서운해하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본다.

우중충한 11월. 도저히 더이상은 계속할 수 없다는 듯 가을축제도 끝나버렸고 크리스마스 장이 서기 전까지 남은 2-3주가 아마도 일년 중 가장 gloomy한 계절일 듯 싶다. 한 해가 또 이렇게 딱히 이루어놓은 일도 없이 다 간다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우울해하는 계절이기도. 허무해 한다고 해서 이 해가 안 가지는 않고, 솔직하게 말해 내년에도 그럴게 거의 뻔하고, ^^ 한 해 최선을 다해 살았으려니 나 자신을 그냥 믿어보기로 한다. 이 즈음엔 그저 단순하게 단순하게 사는 게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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