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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십수 년만의 도시락

by SingerJ 2021. 12. 21.

점심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하아...게으른 내가...도시락...도시락이라니... OTL 도시락만은 어떻게든 면해보고자, 맘에 안 드는 구내식당에 적응하려 노력도 해보고 회사 밖 식당 발굴에도 나서봤지만 다른 동료들이 왜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는지 나날이 이해만 더 가면서 결국 나도 이 대열에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보니까 다들 굉장히 소박한 도시락을 부담 없이 가져오길래 나도 용기를 내어 진짜로 아무거나 싸가고 있다. 자식눔 도시락 같으면 창피해 할까봐 신경 좀 쓸 지 몰라도 그래 내 건데 뭐 어때. 쪼매난 전자렌지 용기에 감자퓨레, 소시지 몇 조각, 시금치, 버섯 몇 쪼가리 대강 주워 담고, 몇 년 전에 크리스한테서 선물 받았던 실크 보자기에 질끈 묶어서 고고. 같은 메뉴가 식당에선 2만원이나 하지. 맛은 훨씬 더 없고 양만 무지 많고 쪼끔 먹는다고 밥값을 깎아주는 것도 아니지. 도시락을 싸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


조합을 이것저것 달리 하면 2주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나...다음엔? 메뉴 바닥 나면 처음부터 도돌이 해야 하나. -_-; 고3때 학교 근처에서 살았던지라 엄마가 금방 만든 진수성찬 도시락을 받아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 하...그리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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