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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사흘만 더 外

by SingerJ 2021. 12. 21.

사흘만 더 일하면 12일간의 금쪽같은 크리스마스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 몇 밤 더 자야 나도 학교 들어가냐고 묻던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그땐 학교가 무지 좋아보였나 보다;;) 왜 하루가 이리도 더디게 가는지 사흘은 커녕 세 시간도 좀이 쑤실 지경. 연말 특유의 텅 빈 느낌, 삶의 회의- 그런 게 여전히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 금년엔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았어요 산타할아버지.. 아끼고 아껴두었던 휴가가 이사와 서류업무로 다 탕진된 게 아직도 아쉽지만...그래도 크리스마스 휴가가 남아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자 자 흥분하지 말자고. 연휴동안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는 하늘을 찌르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두자. 연휴 마지막 날, 무슨 일이 있어도 "아, 또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버렸어." 라고 한숨 쉬지도 말자.

사메의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다. 평소 하지정맥류가 매우 심했는데 최근에 상처로 인한 감염과 염증으로 더욱 악화되어서 수술을 받았고 합병증이 심각하게 우려되어 중환자실행이 되었다 한다. 그런데 회복도 느리고 악화될 소지가 다분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모양. 결혼이 3주 남은 시점에서 안 좋은 소식이다. 만일의 경우 결혼을 좀 늦추면 되지- 라면 참 좋겠으나...그렇게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주어진 기간 내에 결혼식을 마치지 않으면 결혼비자는 만료되어 버리고, 그럼 그 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바젤은 베른보다 더 규칙이 까다롭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결혼준비에만 9개월이 걸린다 함. 만일 그런 최악의 경우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느니 결혼하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 쯤으로 여기고 그만두는 쪽이 차라리 더 쉬울 지도 모른다. 자,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아픈 사람이 건강을 되찾는 것 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우리엄마가 편찮으셨다면 난 결코 지금처럼 태연하게 다른 생각이나 할 여유가 없었겠지.

'나라가 망하려나' 라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부모님도, 그리고 나조차도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긴 하지만 나날이 더 진심을 담아 그 말을 하게 되니 이거 참 예삿일은 아니지 않나 싶다. 해외거주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우리가 사는 나라도 아닌데 강 건너 불구경이네' 라고 자조적으로 말들은 하지만 사실 속마음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밖에 나와 바라보는 입장이 되어보면 어쩐지 더 조마조마 위태로워 보인달까. 돌아갈 생각도 계획도 없을지언정, 그래도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는 건 슬픈 일이니까. 조국이란 그런 존재.. 국운이 다한다는 건 어떤 것일지. 아직은 그때가 아니기를 다만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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