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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거실 선반 外

by SingerJ 2021. 12. 21.

휑 하니 화분 몇 개만 있던 거실선반에 점점 뭔가가 늘어나고 있다.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 비었던 공간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모습. 살면서 뭔가를 하나씩 삶에 채워넣고, 또 나중엔 그것들이 하나씩 독립하고 비워지는 걸 보는 게 인생인건지. 예쁜 것들이 늘어나는 건 좋지만 약간의 여백은 역시 좀 남겨두는 게 보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유와 여백의 미를 잃지 말기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김이랑 미역을 마음대로 못 먹어서 슬프다. ㅠ_ㅠ 금단증상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는지 이제 종종 김밥 집어먹는 꿈 같은 걸 생생하게 꾼다. 엄마가 떡국떡을 보내줬는데 이걸 보고 있자니 미역국이 절실한거다. 미역국에 떡 넣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흑.. 내 나이가 일흔만 되었어도 방사능 같은 건 상관 없이 먹고 싶은 건 다 먹지 않았을까. 하지만 마흔이란 애매하다. 늙었다 늙었다 진심 나이 많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막상 남은생을 개의치 않기엔 아직 너무 젊은 나이.

8월에 서울에서 결혼식 한다. 원래는 부모님께 인사나 드리러 갈 계획이었으나 언제 또 둘이 휴가 맞춰서 먼 길을 다시 가나 싶은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8월에 결혼식까지 그냥 해버리는 걸로 결정되었다. 비수기라 식장예약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신혼여행도 별 고민 없이 결정해버려서 예약만 하면 될 것 같다. 하고 싶지 않은 모든 걸 과감하게 생략한다는 게 내 목표인데 과연 얼마나 성취할 수 있을지.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남매 셋의 결혼식이 한꺼번에 있을 예정이라 (나 8월, 여동생 9월, 남동생 11월;;) 정신 없어지신 우리 부모님께서 특히 내 결혼식은 최소 하객+ 모든 생략과 파격을 허용하신다는 게 현재 상황임. 글쎄 뭐 그다지 파격까진 있을 게 없으나 적어도 간소화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딸린 하객 없이 신랑만 참석할 예정이고, 우리쪽도 서울근교 하객을 주로 모실 듯 해서 작은 규모의 예식이 가능할 듯. 대신 나중에 이집트에서 그쪽 가족친지와 또 한번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므로 세 대륙을 오가며 세 번 결혼 -,.- 하는 여자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다. 팔자려니 해야지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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