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닉으로 가는 길은 정말 멀었다. 지리적으로 끝과 끝이라는 이유 말고도, 버스길이 워낙 그랬다. 꼬불꼬불한 해안길을 헤드라이트만 의지하고 달리다 보니 빨리 달린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듯 했다. 간신히 시속 50km 정도? 불가리아 학생 수학여행단이 두브로브닉으로 가다 버스가 바다에 추락해 몰사했다는 기사 생각이 퍼뜩 났다. 직접 달려 보니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을 듯.
잠 자다, 어둠 속을 내다 보다...그렇게 맞이한 새벽. 서늘한 공기에 눈을 떴더니 거짓말처럼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한참을 더 달려 '이제 그만 도착하고 싶다' 할 때 쯤 버스는 멈췄고, 사람들이 우루루 다 내렸다.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가 두브로브닉 인가요?"
붙잡고 물어본 아주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아냐?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_@ 몰려 들었던 민박집 삐끼들도 등을 돌리며 멀어져 가고... 어, 방 잡아야 하는뎅. -.- 여기가 거긴가 아직도 반신반의하며 내리는 나에게 어느 삐끼 아주머니가 터프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Hi, do you need a room, baby?"
마지막 승객까지 끝까지 기다린 그 아주머니의 진득함에 반해 방을 쓰겠다고 단번에 승낙을 해버렸다. 다시 한 번 물었다. "여기 두브로브닉 맞나요?" 아주머니가 '그럼 어딘 줄 알고 내렸냐' 고 웃는다. ^^;; 버스 안 아주머니는 왜 아니라고 했을까? 큰 일 날 뻔 했잖아유! 아마도 영어를 못 한다는 뜻으로 그냥 웃으며 고개를 저었던 듯 했다.
아무튼 거기는 두브로브닉이 맞았다. 엽서 속 그 풍경이 짠 맞아 주지도, 어느 책 제목처럼 눈부시지도 않았다. 밤새 버스에서 시달리고 난 몸 뻐근한 아침. 두브로브닉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Croatia: 좀 긴 후일담-5 (0) | 2021.11.01 |
---|---|
Croatia: 좀 긴 후일담-4 (0) | 2021.11.01 |
Croatia: 좀 긴 후일담-2 (0) | 2021.11.01 |
Croatia: 좀 긴 후일담-1 (0) | 2021.11.01 |
Prague-3 (0) | 2021.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