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니 시차적응도 확실히 더디다. 간신히 스위스 시간대에 다시 적응하긴 했으나 일하기 싫어서 몸부림치고 있는 나날. 아프다 둘러대고 오후에 땡땡이쳤더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마음 불편한채로 노는게 일하는 것보단 나은 거 보니 진짜 일하기 싫었나보다 오늘.
나 국민학교 3학년때, 우리 아부지 남미여행 다녀오고 나서 한동안 페루 마추픽추 열병을 앓으셨더랬다. 온 집안에 마추픽추 엽서가 붙어있었고 엄마와 이모들에겐 라마털로 만든 조끼를 선물하셨으며 어른이 되면 너도 꼭 가보라는 말을 얼마나 지겹도록 들었는지. '꽃보다 청춘' 을 보다 그때 생각이 나 웃었다. 함 가보고 싶긴 하지만 장거리 비행과 16시간 버스를 참아내기엔 난 이제 너무 게을러져버렸다. 에볼라의 위협에 아프리카에 대한 꿈은 어느새 사라졌고, 요르단 페트라는 그리 멀지 않으니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더이상 절실하지 않게 되었으며, 아이슬란드는 여름에 가야지 하다가 막상 여름이 오면 해변으로 가느라 까맣게 잊어버리고 내 '꿈의 여행지' 리스트는 그렇게 이래저래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듯 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막연하나마 참으로 많고, 너무 나이 들기 전에 꼭 가볼 수 있었으면 한다.
명절은 싫었어도 명절음식은 그립다. 동태전 빈대떡 송편, 어릴적에 삼촌이 종종 사다주시던 과자 종합선물세트도. 우리세대의 명절은 아직 좀 고달프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민족의 명절 두어 날쯤은 있는게 좋겠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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