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시설은 예상했듯 그리 모던하진 않았다. 좀 허름하고 소박한 크로아티아의 보통 가정집인 듯. 나이 드신 아주머니 자매 두 분이 운영하는 집이었는데, 동생은 장사와 손님 데려오기, 언니는 집안 일을 도맡아 하면서 두 사람이 조용하게 생활하는 듯 했다.
하룻밤 밖에 자지 않은 데다, 그나마 밤 11시가 가까워 들어갔기 때문에 잠 자고 샤워하고 잠깐 얘기 좀 한 것이 전부였지만 있는 동안 조용하고 맘 편하게 지낼 수 있어 좋았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출출할 때 먹으라고 삶은 달걀 한 개, 통조림 한 개, 그리고 바게트빵 반 쪽을 비닐 봉지에 싸주시는 바람에 우리네 시골 인심을 보는 것 같아 잠시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
역시 관광도시라 그런지, 자그레브와는 달리 생동감 넘치고 외국인도 많았다. 관광의 중심점인 '필레 게이트' 로 가는 버스 안에서 웃긴 일이 있었다. 꼬마가 하나 있는 젊은 독일인 부부였는데, 아저씨가 나를 잠깐 보더니 옆에 있는 부인에게 소근거리며 말 하는 게 들렸다.
"일본 사람 꽤 많다, 그지?"
^^
그러고선 뭐...일본 사람들은 돈도 많고, 말에의 어려움도 거의 없고 하니 여기 저기 많이 다니는 거 아니겠느냐, 그런 얘기들을 하면서...아침에 숙소에서 변기가 갑자기 막혔었다는 얘기도 하고... ^^;; 하여간 내가 독일어를 알아 들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을 테니 그런 얘기들을 자기네끼리 했다. 그런데 그 때- 자리에 앉아 있던 아들내미 꼬마가 내 티셔츠에 그려져 있는 미키 마우스를 보고 반색을 하며 외치는 거였다.
"마마, 마마! 미키 마우뜨!"
오~...꼬마야, 너같이 쪼끄만 애도 미키 마우스를 아는구나.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세대차를 무색케 하는군...생각하며 한 번 씨익 웃어주는 순간, 이 꼬마가 미키 마우스를 만져 보겠다고 내 가슴을 덥석 잡는 게 아닌가. -_-;; 꺄... 얘 꼬마야 너 어딜 만지니!! 커서 뭐가 될라구 그러니, 엉! -o-;; 아이 엄마가 당황해서 'sorry' 를 연발하며 꼬마를 혼내키기 시작했다.
"너 누나를 그렇게 함부로 만지면 어떡해! 놀라잖아, 응?!"
왜 혼나는지 이해 못 하는 꼬마... ^^;; 혼나면서도 미키 마우스를 너무 만져보고 싶어하는데...미키를 반겨 하는 조막만한 손을 성희롱범의 손 마냥 뿌리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만지게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이거 참 난감. -_-;; 아들내미가 워낙 만화 주인공을 좋아해 실례했다고 용서하란다. 그러고 보니 푸우 모자 뿐 아니라 티셔츠엔 수퍼맨, 양말은 트위티 등 온 몸을 캐릭터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뮌헨에서 라이프치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들을 다시 만난 것. 오오...정말 세상 좁다더니만.. +_+ 처음엔 몰라 봤는데, 또 그 꼬마가 미키 마우스를 보고 반색을 하는 통에. 앗 너는...! 가슴 만지던 그 응큼 꼬마! 정말 재밌는 일이로구나...우우... 이제부턴 꼬마애들이 열광하는 옷은 절대 입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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