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요즘 부쩍 우울하신 듯 해서 마음이 편치 않다. 맏딸 둘째딸은 외국에 있고, 셋째딸도 2주 후면 결혼하고, 아들은 병원일에 치여 가끔 집에 들르는 정도이니 이제 집에는 부부 두 사람만 남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리 늦은 나이에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엄마의 빈둥지 증후군은 좀 더 이르게 찾아왔을 것이고 지금보다 더 젊었을 두 분은 자유로운 그 생활에 오히려 푹 빠져 즐길 수 있었을 지 모른다. 그런데 칠순을 앞둔 지금에서야 빈 둥지가 되고 보니 노화의 길목에서 오는 허무함 + 가을의 쓸쓸함까지 겹쳐 이여사의 이번 가을은 그 어느때보다도 가라앉아 있는 것 같다. '이제 내 인생은 막을 내리고 있구나' 라는 기분-...겨우 마흔의 나도 그 감정 때문에 허무해질 때가 있는데 칠순 언저리에서 느끼는 상념은 오죽 많을까 싶다.
아침마다 변함 없이 운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누구보다 활발한 엄마일지라도 종종 찾아오는 그 허무함 앞에서는 끝없이 약해질 때가 있는가보다. 바느질로 고정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거 정말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왜 스위스 이불 귀퉁이에는 끈이나 똑딱이가 달려 있지 않은거냐고 불평하다가 항상 잘 손질되어 있던 우리집 이불이 생각났다. 엄마가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수많은 일 중에 안 중요한 건 하나도 없지.. 어른이 되고보니 더 깊이 와 닿는 사실. 그러니까, '해놓은 일 하나 없이 나이만 들었다' 라고...적어도 그런 당치 않은 생각은 엄마가 하지 말았으면. 자신이 이룬 업적이 앞에 산처럼 쌓여있다 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질 나이에 적어도 그런 쓸데 없는 생각까지 더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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