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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내게 돌아와, 집 떠나 산다는 것

by SingerJ 2022. 1. 11.

하루가 마치 두어 시간처럼 흘러가버리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가을 탈 틈이 없어서 좋긴 한데, 종일 90% 풀파워 집중을 지속하려니 이제 고마 체력이 달린다. 두통에 눈 침침함, 밥 대신 커피로 끼니를 대신하기 일쑤에, 아랍어 숙제는 밀려만 가고...그나마 일주일에 두 번 가는 피트니스 개인 트레이닝만 (돈 아까워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러면서 난 무탈하게 건강하길 바라고 아랍어가 왜 늘지 않는지를 의아해하지. 훗. -_-;

퇴근길 단골 피자가게에 들러 나폴리 피자를 한판 주문했다. 화덕에서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 이런저런 문화소식을 읽는다. 이젠 알기조차 포기한 수많은 얼라 아이돌들의 이름 속에서 눈에 띄는 반가운 이름.. 클래지콰이가 돌아왔다. '이 서비스는 국내이용자에게만 제공됩니다'- 늘 그렇듯 몇번의 서러운 거부 끝에 '내게 돌아와' 음원구매에 성공한다. 한국은 글로벌 IT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이용자에게 유난히 많은 제약을 둔다는 걸 알고들 계시는지. 동영상 & 음원 서비스 제한, 시도 때도 없이 필요한 그노무 휴대폰 인증 등등 한국 IP나 전화번호 없이는 이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스위스 영주권이 나온 이후로 여기선 편해진 반면 한국의 주민등록이 조만간 말소되어 버릴 것에 씁쓸해야 하고 '틀린 맞춤법 보는 거 무지 싫어하더니 외국인 남편이라 그럴 일은 없겠네' 라고들 하지만 You를 'U' 로, to를 '2'로 쓰는 저 요상한 버릇을 보고 있느니 차라리 틀린 한글 맞춤법이 훨씬 낫겠네 하는 생각도 들고. 음, 난 오늘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얻는 게 있으면 댓가로 치러야 할 것이 반드시 있다는 새삼스런 이야기? 고국을 떠나 산다는 건, 다른 국적/문화의 배우자를 맞는다는 건, 생각보다 참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 동시에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한 번씩 허를 찌르곤 하는-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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