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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가을비

by SingerJ 2022. 1. 16.

가 스산하게 내리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젯밤엔 개꿈을 여러개나 꾸느라 잠까지 설쳤다.

첫번째 꿈: 임신/출산과정 다 생략하고 갑자기 우리집에 아기가 뙇 있는거였다. 당장 회사 가야 하는데 아기는 누가 봐주지?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지? 친정엄마 시엄마는 옆에 없다 쳐도 남편이라도 있어야 출근을 하지? 꿈에서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 울먹거리다 잠에서 깼다. 2세를확 저지를 수도, 마냥 미룰수도 없는 요즘의 내 내면의 갈등이 반영된 꿈인 것 같아 스스로 막 짠했다.

두번째 꿈은 에볼라. 샤름 엘 셰이크, 마라케쉬 등 내년 상반기까지의 계획이 오래전부터 잡혀있던 차, 요즘 에볼라 뉴스를 자주 접하다 보니 어딜 가기가 내심 불안했던갑다. 모로코 마라케쉬 공항에 도착하니 에볼라 바이러스들이 입국심사대를 좍 점령하고 있었다. 꿈에서 본 에볼라 바이러스는, 우리 어릴적 양치질 권장만화에 나오던 그 충치균- 까만 몸통에 화살표 꼬리, 한손엔 창을 들고 치아를 공격하는- 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꿈 속에서도 그 부실한 상상력이 어이 없어서 웃다 깼다. 하지만 에볼라는 웃을 일이 아닌 듯.. 걸리기 쉽지 않다고는 하나 일단 감염되었을시 대책이 없다는 건 충분히 충격적이다.

보통 줄넘기를 살 것인가 줄 없는 줄넘기를 살 것인가 좀 고심했더니만 그게 꿈에 나왔다. 마치 빨간구두 아가씨처럼 줄넘기를 멈출 수가 없어서 헥헥거리며 계속해서 뛰고 있었다. 살이 빠지기 전에 내가 먼저 쓰러지겠구나 싶어 살려달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더니 건전지가 핑 튕겨나가며 마침내 줄이 멈췄다. 그 외에도 두 세편 정도 더 꾼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나고...꿈에 시달리다 팅팅 부은 눈으로 출근했다.

회사에서는 벌써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장이 날아오고, 나의 일년은 어떠했나 돌아보아야 하는 순간이 또 슬슬 다가온다. 향긋한 차 한 잔과 친구들과의 수다, 그리고 라이프치히의 클라라체킨 파크가 그리워지는 계절. 저 길을 자전거로 기분 좋게 달리던 그 시절의 풋풋했던 나도 그립고.. 내가 그리워하는 이들은 모두가 마음 풍요로운, 나와는 달리 잡념 없이 맑은 가을하늘 같은 10월을 보내고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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