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두브로브닉 구시가지는 세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어 보였다. 미끄러질 정도로 반들거리는 대리석 바닥, 골목골목마다 맛나는 먹거리들, 제라늄 화분과 펄럭이는 빨래...그리고...무엇보다도...바다, 바다..
모르긴 몰라도, 바다마다 나름대로의 분위기가 있을 터이다. 드러누워 햇빛 쬐고 싶은 곳, 푸른 물 만큼이나 백사장이 아름다운 곳, 황금빛 노을 속에서 연인과 걷고 싶은 곳, 그리고 두브로브닉의 바다는 부서지는 햇살 아래에서 가장 눈부신 곳인 듯 했다. 비키니를 입고 뛰놀면 어쩐지 경망스러워 보일 것 같은...그런 바다.
자갈밭에 밀려와 부서지는 투명한 에메랄드빛 물은 내가 왜 그리 고생을 사서 하면서 찾아 갔는지를 알게 하는 이유인 듯 했다. 이상적인 바다의 모습을 머릿속에 채 다 그리기도 전에 그 바다가 거기에 벌써 그렇게 펼쳐져 있는 기분. 물 앞에서 철썩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잠시 잊고자 두고 온 사람 생각도 오히려 더욱 간절해지는 기분이었다. 잊고 싶었지만, 되지 않았다. 한 순간도. 그리운 것들은 참지 말고 그리워해야 한다고 바다가 알려주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잠 자는 대여섯 시간을 빼곤 꼬박 밖에서 보낸 며칠. 자그레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멀어져 가는 바다를 보노라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지상 최후의 파라다이스' 까진 잘 모르겠더라. 아쉬워 눈물 날 정도까지도 아니더라. 하지만...엄마 아빠가 삶에 지쳐하실 때 한 번 쯤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고,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좋은 시간 가지고 싶은 곳이며, 그 사람과 둘이서 오고 싶은 곳이기도 하며, 그리고 언젠가 또 이렇게 훌쩍 혼자 다시 찾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드는 곳.
발음을 감히 흉내낼 수 없던 제 3의 언어. 며칠 동안 유일하게 배운 크로아티아 말이 '흐발라' (hvala= thank you) 였다. 처음엔, 어감이 뭐 저래...? ㅡ.ㅡ 전혀 고맙다는 말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젠 사진 속에서나 숨 쉬게 되겠지만, 다시 갈 수 있을지 그것도 모르겠지만 눈부시다는 말이 참 눈부시게 어울리던 그 곳. 짧은 순간이나마 그 곳에 있을 수 있었음이 눈부신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흐발라, 두브로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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