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아이스크림 케잌에서 초콜렛 눈알 떼졌다고 대성통곡 하던 코찔찔이 우리 조카가 요번에 대학엘 들어간다. 방학만 되면 잔뜩 밀린 그림일기 숙제를 싸들고 쳐들어오던 그 꼬맹이가 대학생이 된다니.. 내가 아직도 아제라고 경상도 식으로 부르며 반말하는 막내삼촌 생각이 문득 나더라. 친구 먹던 고시생 막내삼촌이 갑자기 진짜 어른처럼 보였던 날- 빳빳한 새 지폐로 세뱃돈을 줬을때였지 아마. 내가 이제 딱 그 나이의, 아니 그 나이를 훌쩍 넘긴 어른이 되었네. 어르신처럼 절 받으며 덕담 해주는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
사메네 친척들한테서 선물을 받기만 하고 준게 없어서 그럼 애들 선물이라도 한번은 줘야지 하고 캐릭터 손목시계를 고르다 지쳐 어제 얼마나 귀찮아했던가 (얼라들이 왤케 많냐 너네는 -ㅅ-;). 값이 비싼 것도 아니고 유치할수록 좋다니 고르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구찮던지. 명절마다 직접 조합한 과자 종합선물세트에, 은행 가서 새 지폐 준비하고 조카 좋아하는 사탕, 음료, 동네친구까지 챙기던 우리 아제는 참 살가운 삼촌이었구먼.. 새삼 무지 고마워지더라. 나이 먹는다고 해서 누구나 다 따뜻하고 듬직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어도 우리 조카에게는 같이 실컷 놀고 나서 나눠 마시던 써니텐의 상큼한 맛으로 내가 우리 아제를 기억하는 것처럼 그런 따뜻한 기억의 한조각 속에 남는 이모 정도는 될 수 있어야 할텐데 말이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Just relax (8) | 2022.01.16 |
---|---|
잊고 있던 사진들 (8) | 2022.01.16 |
내 발렌타인 데이는 내가 정한다 外 (3) | 2022.01.16 |
목요일 (11) | 2022.01.16 |
Mr Jeon 外 (12) | 2022.01.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