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록 방문동기는 허술했으나 구경만은 성심껏 하여 주리! 아침 일찍부터 크노소스 궁전으로 향했다.
유적이란 자고로, 모르고 보면 돌덩이요, 알고 보면 살아 숨쉬는 전설이라. 자, 신화를 떠올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보자고.
아...오...아아니 이것은...! 왜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지.. 알고 봐도 돌덩이인 경우가 간혹 있다고. -.-;;
그러나 이 곳은, 적어도 솔직하다. 난해한 예술들이 흔히 그러하듯 감동 받길 강요하지도 않고,
무감동인 이유를 여행객의 '고매하지 못한 소양' 탓으로 돌려 실망한 객들을 두 번 죽이는 비겁한 짓도 하지 않는다.
뻔뻔하리 만치 꾸밈 없이 뒹구는 돌덩이들. 복원이랍시고 인공냄새 풀풀 나게 해놓고 푼돈 받아 챙기는 것 보다야 얼마나 덜 깨는가.
여행이 고달파지는 이유를 아니. 네 환상에 이 곳을 끼워 맞추려 하지 말렴.
저녁 바람 속, 흙먼지 날리는 고즈넉함이 '신화는 신화일 뿐' 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 같아 그 모습이 오히려 찡한 것도 같았다.
태고적 옛날 얘기의 무대, try to remember-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혹은 그것으로 이미 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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