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의 정수로 꼽히는 것은 이아 (Oia) 마을, 그 중에서도 석양이다.
혹자들이 세계 최고의 노을이라 감히 말한다는.
해질녘이 되자 모여드는 사람, 사람들.
타 들어가던 태양이 이윽고 에게해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하고, 카메라 촬영모드를 'sunset' 으로 바꾸었다.
저거구나... 이 인파를 여기까지 불러 모은 놈의 정체가. 어디에서도 환호성은 터지지 않았다. 정적...고요.
어쩌면 저거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 왕자가 마흔 몇 번 의자를 옮겨 가며 봤다던, 가슴 아린 그 노을이...저것인지도.
이 순간을 위해 넉넉히 남겨둔 메모리건만 선뜻 셔터를 누르지 못하는 바보 같은 마음이여.
찍는 순간 저 모습은 내 눈을 떠나 그렇고 그런 노을풍경으로 기계 속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 머리를 피해 몸은 이리 꿈틀, 저리 꿈틀, 깜박임을 참으며 우스꽝스럽게 부릅뜬 두 눈.
아파오고 눈물이 고여 산토리니 노을의 마지막 한 점은 파스텔화처럼 번진 채로 눈 속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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