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를 어제 샀어야 했다. 피클 담그기 좋은 품종이 오랜만에 있었는데 그만 깜박 하고선.. 오늘 다시 갔더니 그새 동이 났다. 터키상점에서 비슷한 걸 골라오긴 했으나 왠지 미심쩍다. 어차피 주인공은 콜라비와 무가 될테니 오이는 쪼매만 넣어야겠다.
스물 일곱에 독일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식재료에 대한 나의 무지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원래 무식한데다 한국에서 못 보던 것들까지 더해지니 장 보러 가는건 일종의 탐험이었고, 기름, 식초, 곡물, 각종 향신료의 다양함 앞에서 날마다 동공지진이었다. 아니 내가 이런 걸 다 먹을 일이 있기는 할까? 싶은게.
지금은 집에서 쓰는 식초만도 대여섯 가지는 되는걸 보면 내 식생활도 그동안 조금은 변했나보다.
도시락에 곁들일 채소를 따로 조리하기 귀찮을때 피클을 조금 싸준다.
단촛물 끓이는 중에 엄마한테서 카톡이 왔다. 사메가 아부지한테 전해드리라면서 (아빠는 스마트폰을 안 쓰심) '나는 전씨에게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그가 지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라고 보냈다고 함. 전씨 ㅋㅋㅋ >_<;; 아 한글로 뭐 보내기 전엔 나한테 물어봐 쫌.. -_-;; 전씨(...)는 잘 회복되고 있으시다니 다행이다.
업그레이드 이직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사메에게 마침 평소 가고 싶어하던 회사에서 인터뷰가 들어왔다. 그 회사 구내식당이 그리 좋다니 혹시 도시락 싸기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지 ㅎ 나도 내심 기대중. 그렇게만 되어준다면 내 기꺼이 후라이드 반 양념 반 축하의 치킨을 튀기고 무피클도 아낌 없이 곁들여 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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