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연휴의 첫날. 연휴 내내 비가 올 거라는 예보와 달리 어째 하늘은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겨우내 못했던 등산을 갈 수 있는 오랜만의 기회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원래 오늘의 계획은 100년도 더 미뤄오던 커튼빨기였으나... 팽개치고는 서둘러 가까운 등산코스 검색을 시작했다. 이집트에서 놀러온 친구의 스위스 일주 가이드 중인 사메가 두 군데나 등산을 했다는 말을 어제 하길래 내심 부러웠던가 보다.
그리하여 선택한 오늘의 등산로. '당신을 봄으로 안내해드립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ㅎㅎ
그...그런데...길이 많이 가파르다. 그래도 아직 여기까진 양호해서 사진 찍을 기운도 있었지.. 나중엔 급경사 더 급경사가 계속되었다. 서두른 나머지 집에서 가까운 것만 신경 썼지 난이도를 미처 체크하지 않은 것. 헉헉거리며 정보를 다시 읽어보니 난이도 최상...워매;;
그냥 이쯤에서 내려갈까 백번도 더 갈등하는데 그때마다 뒤따라 걷던 노부부가 설득하는거다. "다 왔어! 바로 저기만 넘으면 돼!"
그 부부는 등산 베테랑인지 어쩜 숨소리도 안 변하는 듯 했다. 젊은 나만 헉헉거리기 괜히 창피해서 별 것도 아닌데 사진 찍는 척 멈춰 쉬길 몇 번. ㅎㅎ
미친 듯 가파른 길이 드디어 지나가고 산 위의 농가가 나타났다. 땀범벅이 되어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유유자적 말들이 맞아준다.
산 속 낭만고양이의 봄날.
너의 이름은...혹시 하이디? (냥이: 아니거등)
몇 번이나 카메라를 버리고 싶었을 정도로 힘들었던 등산코스. 후들거리며 간신히 내려오니 사방에 봄이 정점이다. 사진기 안 버리길 잘 했나.
벤치 위 세상이 궁금했던 꽃.
간식으로 사갔던 치즈 브레첼은 산 위에선 먹을 힘조차 없어서 다 내려와서야 먹는다. 다음엔 등산전에 난이도를 꼭 확인하라고 브레첼이 날 보며 웃네.. 하이고 다리야 발가락이야... 내일은 딴생각일랑 말고 꼭 커튼이나 하이얗게 빨고 말겠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이 제일 쉬웠어요 外 (6) | 2022.01.25 |
---|---|
삶은 계속된다 (0) | 2022.01.25 |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0) | 2022.01.25 |
파스타 엔딩 (0) | 2022.01.25 |
오늘은 게으르고 싶다 (0) | 2022.01.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