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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떤 선택 外

by SingerJ 2022. 1. 25.

# 어떤 선택:
며칠 전 중간보스 헬렌이 대접만한 커피잔을 들고 다가와 얘기를 꺼냈다. 프로젝트에 비해 인원수가 너무 많은 임상시험팀. 그 중 한 명을 조만간 불가피하게 해고해야 될 것 같은데, 혹시 그를 내 팀원으로 쓸 생각은 없겠냐고. 나 혼자 하기엔 일이 너무 많아져 마침 사람을 물색하려던 참이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 동료는 부서이동에 긍정적인 입장이고 (내가 사수가 될 거라는건 아직 모름), 왕보스 마티아스는 내 생각에 맡긴다고 했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경우는 누이 안 좋고 매부도 안 좋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나는 그 날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그 동료는 애초에 임상팀 신입으로 들어온 것 부터가 의아했을 만큼 거리가 먼 전공인데다, 내 업무쪽 경험은 전혀 없다. 경험 없는건 시간이 해결해준다 쳐도, 동 떨어진 전공이 초래할 이해부족은 어찌 해 볼 길이 없다. 내가 난색을 표할 경우 그 동료는 해고될 것이고, 선뜻 그러마 했다간 아마 나는 이 백지초짜를 겁 없이 받아들인 것에 자다가도 하이킥을 할 지 모른다. 내 얼굴이 어두웠는지 헬렌이 덧붙였다. 다른 생각은 말고 그냥 솔직하게 의견을 말해달라고. 월요일에 나는 어떤 답을 하게 될까.

# 누구 없나요:
십 수 년 전의 내 질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글을 보았다. 약학공부를 독일에서 하고 그 후엔 제약회사에 취업하고 이민하고 싶은데 어떨까 라는. 경험자들의 조언이 넘쳐나는 다른 글들 속에서 유일하게 댓글이 안 달린 쓸쓸한 그 글이 짠하게 느껴졌다. 


그래, 나도 그랬었다... 메아리 없는 허공에 대고 '누구 없어요' 라고 소리쳐 묻는 것 같던. 지금 와 돌아보면 그리 막막할 것도 없었는데 그땐 왜 그리 캄캄하게만 느껴졌는지. 엄청 오래된 경험담이라도 원한다면 얘기해주겠다 쪽지를 보내놓고선, 괜한 오지랖을 떨었나 잠깐 후회했다. 그래도 이 학생에겐 희미한 등불 하나도 참 반가울 지 모른다. 나 말고 다른 누군가도 이 길을 간 적 있다는 인기척- 그 때의 내게도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결국 가질 수 없었던 그 안도감을 지금의 내가 그 학생에게 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 가을이 떠나간다:
하루 하루가 아쉬운 계절이다. 어쩌면 이번 주말이 날씨 좋은 마지막 주말일지도 몰라 라는 조바심 가득. 감기 걸려 꼼짝도 하기 싫은 게으름과,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등산 한 번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백 번도 더 갈등하다 토요일이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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