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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내 어느 젊은날 外

by SingerJ 2022. 1. 26.

# 내 어느 젊은날:
이 일을 계속 하다간 내 명에 못 죽겠구나 -_- 싶은 날.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인갑다. 그래도 이젠 먹은 짬밥이 좀 되다보니, 책임자를 제법 괴팍하게 닦달하기도 하고 '나 심기 불편함' 티도 팍팍 내보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싶다.


분석팀장 올라프가 6개월간 휴가를 내고 독일->이탈리아 도보여행을 한단다. 화...나도 하고 싶다...(도보여행 말고 6개월 휴가). 우리 한 1년 병가 내고 태국 가서 스파나 하고 쉴까- 라고 남편과 종종 농담을 하는데 오늘 같아선 진짜로 그러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요즘 둘 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큰 탓인지, 탄자니아로 99% 확정했던 12월 휴가를 태국으로 급변경 하기에 이르렀다. 무슨 대단한 재미를 보겠다고 예방주사를 몇 대씩이나 맞아가며 거기까지 가서는 치타 꽁무니밖에 더 따라다니겠나 싶어서. 먹고 자고 놀고 마사지 받는게 최고지...안 그래? 라고 나 자신에게 말하다 문득 기억해냈다. 나의 소싯적 꿈 하나를. 케냐 마사이마라 또는 탄자니아 세렝게티라 불리는 그 끝없는 초원에서 붉게 타는 노을을 보는게 소원이었던 내 어느 젊은날을. 어르신이라도 된 것 같아 순간 살짝 서글퍼졌는데 언젠간 또 가고 싶어지지 않을까 믿어본다. 우린. 아직. 젊기에에.

# 기다려지지 않는 휴가:
모든 휴가가 다 기다려지는건 아니다. 금년엔 달갑지 않은 휴가가 두 번이나 있다. 다음주, 그리고 5월에 또 한 번. 쉴 목적이 아니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휴가를 쓰는거라, 아까워서 우짜스까나 벌써부터 눈물이 찔끔 난다. 이집트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데 꼭 본인이 이집트까지 와서 접수해야 한단다. 5월에 서류 찾아가는 것도 직접 해야 한단다. -_- 모든 서류를 인터넷으로 간편히 처리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이 얼마나 선진국인가. 그나마 며칠간은 홍해에서 쉴 수 있겠지만, 오랜만에 시누이들도 볼테니 하하 호호 친목도모도 해야 할 것이고 핀란드 휴가 이후 간신히 회복한 다이어트 리듬은 또 한 번 시험에 들고 말 것이다. 이 휴가같지 않은 휴가가 부디 일상을 흔들지 말고 지나가주길, 떠나있는 동안 반짝이는 봄이 와 있기를, 모쪼록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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