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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지난 일주일

by SingerJ 2022. 1. 26.

#1. 비행기에서:
어제 비행기안에서 난동부려서 스위스 경찰에 넘겨진 그 아주머니는 어찌되었을까.
일주일동안 이집트 찍고 한국까지 들르는 정신 나간 여정을 마친 나는 비행기안에서 점심을 먹자마자 까무룩 잠이 들었더랬다.
술렁이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승객들이 전부 올빼미처럼 ㅇㅅㅇ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고 있더라는...
저 뒷자리에서 웬 아주머니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헤드뱅잉에 고래고래 악을 쓰면서 급기야 물건까지 집어던진 모양이어서
당황한 승무원들은 어딘가로 연락을 하고, 경고도 줘보고, 진정시키려고 해봤지만 돌아오는건 아주머니의 괴성 뿐. "꺼져 꺼지라고!" -_-;;
결국 남자 승무원이 와서 그 취객을 자리에 묶었다. "풀어! 풀라고! 이 미친년놈들아아!!" -_-;;
문제의 아주머니가 잠든 동안 죄 없는 승무원들만 승객들에게 연신 사과를 하고 상황을 설명하기 바빴다.
취리히에 도착하자 건장한 경찰관 셋이 아줌니를 기다리고 있던데 ^^;; 우짜스까...쯧쯧.

#2. 바닷속에서:
카이로에 가서 지난달에 신청해놨던 비자를 찾은 다음 다시 후르가다에 잠시 들렀다.
약 한달만인데 날씨는 그새 많이 더워져있어서 지난번보다 바닷물 체감온도도 한결 올라가 있었다.
스노클링 중에 난생 처음으로 헤엄치는 오징어를 보았다. 오징어란 자고로 튀겨져 있거나 생선가게 진열대에서만 ㅋ 보아온 나는
바닷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오징어가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땡그란 눈이 똘똘해보이기까지 하더라는.
그리고 오징어가 쏜 먹물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자기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우리에게서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걸까.
갑자기 눈 앞에 검은 방울방울들이 나타나길래 뭐지, 석유오염인가? 홍해는 깨끗한 바다 아니었나? 의아해하는 순간
저 녀석이 잉크를 쐈다는 사메의 말을 듣고서야 그게 오징어 먹물이구나를 깨달았다.
턱 밑에 묻은 먹물은 몇 번이나 박박 씻은 후에야 사라졌고, 스노클링 마스크에 묻은건 희미한 회색얼룩을 남겼다.

#3. 서울에서:
즉흥적이고도 정신 나간 스케줄이었지만 그렇게라도 가족들을 만나고 온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큰조카는 화장을 열심히 하는 ㅋㅋ 대학생이 되어있고, 둘째조카는 이제 제법 잘 걸어다니며, 막내조카는 호빵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부지는 작년보다 체구가 좀 쪼그라드신 것 같지만 여전하시고, 엄마도 이제 예전보단 늙으셨지만 건강은 양호한 것 같다.
말로만 듣던 미세먼지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내 컨디션은 썩 좋지가 못했다. 밖에만 나가면 마른기침에 눈이 따끔거려 좀 애를 먹었다.
다음엔 좋은 계절에 좀 오랫동안 한국에서 보낼 계획을 짜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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