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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휴가가 필요해

by SingerJ 2022. 1. 28.

한 3주간 미친 듯 덥더니 요즘은 또 써늘해서 두꺼운 이불을 다시 꺼냈다. 날씨란 참 모를 존재다. 안 그래도 우웅스럽던 컨디션은 옳다구나 이때다 싶게 감기를 시작했다. 주말엔 골골대느라 쉰 것 같지 않고, 그러다보니 주중엔 피곤하고 주말엔 다시 드러눕는 악순환. 아무래도 취소된 휴가의 여파인 것 같다. 지칠때쯤 휴가를 한번씩 가줘야 노쇠한 몸이 -_- 지탱하는데.. 급 취소되는 바람에 다음휴가까지 너무 멀어져버렸다. 당분간 일 밖에 할 게 없다는 심리적 좌절 ㅎ 이 면역저하를 불러온게 틀림없다.

요즘 새로 생긴 병증(!)도 있다. 화가 많아졌다고 해야 하나. 예전같으면 그러려니 할 일에도 요즘은 느무 화가 난다. 얼마 전 미용실을 예약했는데 며칠 후 취소메일이 띡 와서는, 그 시간은 안되니 다른 시간을 알려달란다. 자기네가 된다고 써놔서 그 시간으로 잡은건데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취소부터 하니 부아가 나지 뭔가. 전화해서 따졌다. 일단 왜 안되는지 짤막하게라도 설명하고 양해 먼저 구하는게 순서가 아니냐고. 이 날은 이러이러해서 안되니 다른 날은 어떠냐고 두어 가지 대안을 제시하는게 그렇게 어렵냐고. 해명도 사과도 없이 일방취소부터 한 다음 무작정 다른 시간을 말하라는건 무슨 경운지. 그 시간도 안되면 어쩔 셈인지. 또 취소하고 다른 날 오라고 할건지? 여전히 설명은 없고 영혼 없는 죄송하다만 한 두번 하더니 그래서 언제 오겠다는 거냐고 또 묻는다. 갈 생각이 없어졌다고 답했다.

쟁여놓고 쓰는 샴푸가 다 떨어져가서 온라인 주문을 했다. 좋아보이는 앰플도 있길래 그것도 같이. 2주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 메일을 썼다. 주문하신 앰플은 단종이라 배송이 안된단다. 앰플값은 즉시 환불해주고 샴푸는 빠른배송으로 보내주겠단다. 그런데 도착한 샴푸는 엉뚱한 샴푸고 일주일이 넘었는데 환불도 안 들어왔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아무도 안 받는다 (분명 업무시간인데). 그래서 또 분노의 타자질... 첫째, 지난 주문내역을 살펴보니 그 앰플 없다고 한거 알고보니 처음이 아니더라. 없는 상품을 왜 여전히 올려놓고 주문을 받는가. 홈페이지 업뎃이 제때 안되었다 치고, 그럼 내가 독촉하기 전에 메일이라도 보내줄 수 있었던거 아닌지. 둘째, 어쩌다 상품이 잘못 올 수도 있는거지만 이런 늑장배송 끝에 상품마저 잘못 오는건 너무 무신경한거 아닌가. 셋째, 환불도 아직 안 들어왔다. 넷째, 고객센터 전화는 왜 안 받나. 휴가면 휴가라고 공지를 해라. 아 놔 진짜 이 쇼핑몰 서비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불만족한다....! 그랬더니 역시 영혼 없는 사과에 10프랑 상품권을 보내왔다. 내가 원하는건 주문한 물건을 제때 받는 것이지 유효기간 한 달짜리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는 상품권이 아니라고 또 분노의 메일을 보냈다.

뭘 그리 다다다다 쓰고 있냐고 옆에서 보던 사메가 한마디 한다- 어, 너 원래 나같은 캐릭터 아니잖아! (사메는 무언가 잘못되었으면 즉시 항의하는 타입이고 나는 비교적 게으르고 관대한 편). 그래, 그랬지. 그런데 요즘은 화가 버럭버럭 난다! 자가분석을 해보자면, 회사에서 화낼 일이 잦아진 탓에 다른거엔 관대할 여력이 없어져서가 아닌가 싶다. 안 그래도 화 나는 일 천지삐까리 -_- 인데 왜 샴푸 하나도 똑띠 배송을 못 하나 뭐 그런. 좋아하는 케잌을 먹어도, 산책을 해도 화가 안 풀려서 그냥 삭혀야 하나 싶었는데, 핑클이 나오는 캠핑클럽을 보는 동안 의외로 쉽게 화가 가라앉았다. 녹음 짙은 숲길과 반짝이는 강물. 그 앞 모닥불, 오랜 지인들과의 수다. 그래,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것도 저런거지 싶다. 역시 휴가. 휴가는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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