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기다렸던 3주간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겉절이 담그기. 아니 무슨...여유롭게 커피 한 잔이 아니라 겉절이라니..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지 뭔가.
동네에서 유일하게 쓸만한 배추를 파는 가게가 내일부터 공사를 하는 탓이다. 한동안 문을 닫는다 해서 즉흥적으로 배추를 사왔는데 어째 시들시들한 것이 얼른 담가야 할 것 같아 맘이 급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선 한창 김장들을 했겠구나.
이제 진짜로 겨울같아졌다. 아니 겨울같은게 다 뭔가.. 겨울이 맞고 말고! 금년은 유독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있어선지 지금이 12월이란 사실을 내 머리는 도무지 실제상황으로 받아들이질 못하는 것 같다. 난 기억이 없는데 한 해가 다 가버린 어리둥절한 상황. 마치 드라마 속 '일년 후' 를 보는 것처럼.
이게 다 매일매일이 전쟁같았던 탓이다. 그 전쟁에 나를 끌어들인 장본인- 한때 '멍청한 사람' 이라 불렀던 그 동료- 는 여전하다. 다행히 내년엔 이 전쟁도 잦아들 것 같긴 하다. 같이 고통받던 중간보스 헬렌이 드디어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차마 그를 해고하진 못하는 대신 노련한 인물을 그의 보스로 들이기로 했단다. 그는 이제 깜냥에 넘치는 어려운 일을 안 하게 되어 햄볶하고, 고통받던 우리는 그 사람과 접촉할 일이 없어져서 좋을터이다. 다만, 아직 오지도 않은 그의 보스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아무쪼록 그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_-;;
휴가의 절반은 집에서 쉬고 나머지 반은 여행을 떠난다. 노는 날 읽으려고 모아뒀던 책들을 드디어 꺼내고, 넷플릭스를 뒤져 장거리 비행동안 정신을 사정없이 팔리게 해 줄 드라마를 엄선했다 (미드 'limitless'를 골랐는데 재밌을 것인가).
일부러 안 보고 아껴뒀던 다큐멘터리 '라이프 오브 사만다' 도 곧 볼 수 있겠다.
레몬라임청도 한 병 만들어놓고
휴가지에서 쓸모가 있을 것 같은 휴대용 텐트도 주문하고
이상하게 연말만 되면 꼭 복습을 해야 할 것 같은- 죽어야 끝날 이노무 외국어- 문법책도 좀 들춰보고
내일 오전엔 치과검진이 있고, 오후에는 커튼을 빨까 말까 생각중이다. 사놓고 처박아두기만 했던 warmer들에 초도 한 번씩 켜본다. 내일은 여기다 찻주전자를 올려놓고 천천히 한 잔을 마시며 다음 할 일들의 순서를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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