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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이 또한 지나갈까나

by SingerJ 2022. 1. 28.

'그럴 기분' 이라는게, 휴가에도 필요한 건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나에게 있어 휴가란,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어디서 뭘 하든 마냥 좋기만 한 시간이라, 나라는 사람은 아무때나 휴가라면 그저 헬렐레 하는 인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나보다. 놀랍게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번주엔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집트 어드메 바닷가에서 시누이들을 만나고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비행기는 취소되었고, 휴가를 반납할 지 말 지 미처 결정하지 못한 채 훅 월요일이 와버렸다. 오늘은 일단 근무했지만 내일부턴 어쩐다.. 여전히 결정하지 못한 채 화요일마저 오려 한다. 평소 같으면 아묻따 휴가를 택했을 내가 대체 왜 이런 고민같지도 않은 고민을 하고 있는가 하면, 한마디로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다. 웃긴건, 그게 뭐든간에 무조건 그럴 기분이 아니라는 거다. 여행을 가려 들면 갈 곳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나 굳이 이 시국에 길 떠나기는 심히 꺼려진다-> 그렇다고 집에서 놀자니 그 역시 반갑지 않다->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하자니 그것도 흥칫피 -_-;; 다...이것도 싫다. 저것도 시르다! 대략 이해불가인 요즘의 사고흐름. 혹시 이게 그 코로나 블루인가.

근데 나만 그런건 아닌가 보더라. 많은 동료들이 비슷한 기분을 토로하고 있다. 회사는 회사대로 거의 애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년의 반이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 휴가를 거의 안 쓴 직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제발 법정 휴가일수를 제때 다 쓰라고. 여행을 못가니 사람들은 휴가 내길 꺼리고 있고, 직원들로 하여금 제때 쉬게 할 의무가 있는 회사로서는 이대로 가다간 노동착취네 뭐네 골치라도 아파질까 전전긍긍이고. 자, 이제 다시 초록빛 세상이 왔어요, 그런 걸로 칩시다! 라며 알바요정들을 잔뜩 풀어 초록물감을 덧칠하고 있지만 세상은 아직 상처투성이 회색인 듯한. 모두가 몸은 일터에 있지만 어쩐지 그 모두의 soul은 손에 손 잡고 저 너머 어딘가 콩밭에 가 있는 듯한. 이 또한 지나갈까나.. 그럴까나...?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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