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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베란다 수복작전

by SingerJ 2022. 1. 28.

우리집 베란다에 비둘기가 산다고 했던 걸 기억하시는가? 흰둥이+회색둥이 한 쌍. 겨울 지나면 가겠거니 했는데 여름이 되도록 방 뺄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던 걔들 말이다. 어느 날인가 흰둥이가 돌아오지 않았다. 회색놈만 혼자 드나들길 사나흘, 흰둥이는 뭔 변고라도 당했나 슬슬 걱정이 되던 차에 두 녀석은 다시 함께 나타났다. 그러다 또 회색놈만 오는 상태가 지속되더니 어느 날부터는 그 녀석마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 이후엔 다른 비둘기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예전 애들과는 달리 생긴 것도 몬때게 생겨갖고 -_- 시끄럽긴 또 좀 시끄럽나. 풀풀 날리는 깃털이며 쌓여가는 똥은 또 어떻고. 날 더우니 창문 좀 열어놓을라치면 그놈의 똥뷰 -_-;; 가... 결국 우리의 자비심은 한계에 이르러 한바탕 대청소를 하기에 이르렀다. 곧 날 잡아 물청소도 해야지 하며.

그러다 며칠 전...소나기가 반짝 퍼붓던 날, 마침내 때가 왔다. '비가 베란다도 싹 씻어주면 좋으련만' 이라고 무심코 뱉은 한마디에 사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지금이 기회야!" ^^;; 이런 날엔 물청소 해도 아래층에 안 시끄러우니 딱이라며. 낡은 츄리닝을 꺼내 입고 고무장갑에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시체 은닉 후 핏자국이라도 지우는 2인조 행색으로다가 놈들의 흔적을 벅벅 지웠다.

그러나 다음날, 새로운 똥이... -_- 흠.. 느그들이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대책을 강구할 수 밖에. 비둘기를 쫒아 준다는 물건들을 주문해봤다. 먼저, 소비자 평점 1위에 빛나는 독수리와 까마귀. 아니 너희들 쫌...카리스마 너무 없는거 아니니 ㅎㅎ

독수리가 맞긴 맞는거니..;; 과연 겁을 먹고 더이상 안 올 지, 아니면 보란 듯이 얘들 머리위에 똥을 갈길 지는 ㅋㅋ 두고 볼 일이다.

이건 bird spike라고 난간에 설치해 놓으면 비둘기들이 안 앉는다고 하는.

내친 김에 바닥에 깔 인공잔디를 주문했고

보기 싫은 시멘트 벽을 가려줄 가짜식물도 속속 도착했다. 다음주엔 탁자와 의자도 온다. 나가 있고 싶어지는 분위기의 베란다가 전혀 아닙니다만 놈들한테 내주느니 우리가 뭘로라도 써야겠다는 뭐 그런 마음이랄까.

내일은 잔디매트를 깔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전후 비교를 위해 사진을 한 장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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