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그냥 좀 바빴을 뿐인데 그새 가을도 끝자락이라는게 사실입니까.. '이 해를 이렇게 떠나보낼 순 없어' 라는 댓글을 어디에선가 보고 머리가 딩 울리는 기분이었다. 나야말로 이 해를 '이렇게'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금년엔 인간적으로 너무 시큰둥하게 산다. 여행도, 하이킹도, 가끔 찍으러 나가던 사진도, 3월까진 제법 열심히 하던 운동마저도 지난 몇 개월간 올스탑 했다. 나같은 집순이도 드물거야 라고 늘 생각해 왔는데, 하잘 것 없으나마 나의 취미생활 대부분은 야외 의존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는 의외의 사실을 깨닫고 적잖이 놀랐다.
12월 한 달 전체를 휴가로 보내게 되었다. 일 년 간 고대로 남아있던 휴가일수를 한꺼번에 소진하려다 보니 그리 되었다. 이제 2주 남짓만 더 일하면 휴가라는 얘긴데 예전 같으면 하루하루 카운트다운 해가며 설렘에 몸부림 치고 있었을 것이나 ㅋㅋ 지금은 그냥 덤덤할 뿐이다. 한국에서 동생이 보내준 마스크가 왔다. 중국산 일회용 마스크만 쓰다가 KF마스크라니 너무나 럭셔리하고요. ㅎㅎ 이 미친 시절을 함께 겪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어떤 한 해든 간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고, 이 시간을 행복하고 귀하게 써야 할 책임이 나에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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