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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굿바이 베이뷔

by SingerJ 2022. 1. 28.

안 쓰는 주얼리를 솎아내야겠다는 욕구가 급 솟구쳐 쇠뿔도 단김에 빼기로 했다. 살 때는 이쁘다고 샀으나 현실에선 이쁜게 다가 아닌 것이었다.. 물건은 예쁘지만 비루한 몸뚱이에 어울리지 않거나 -_- 좀처럼 손이 안 가거나, 너무 무겁거나, 취향이 변했거나...서랍속에 처박혀 지내는 주얼리 갯수는 그렇게 늘어만 가고 볼 때마다 회의를 느꼈더랬다. 안 쓰는걸 추려보니 무려 열 여섯 점. 세상에...내가 미쳤었지. 좀 과장해서 이 값이면 차를 몇 대 사겠네. 동생과 올케에게 줄 만한 몇 가지를 빼고 나머지는 팔아보기로 했다. 중량으로만 따지면 졸지에 푼돈이 되어버릴 얘네들을 일반 금은방에 넘길 순 없고, 브랜드 값을 따져 매입해주는 곳을 찾아야 했다. 그리하여 찾은 곳은 '두바이 골드'. ㅋㅋ 거 참 이게 뭐라고 전날 밤 긴장씩이나 하면서 성공적 딜을 위한 공부를 했다. 축구 봐야 한다는 사메도 구슬려 대동했다. 가능한 한 제일 험상궂은 표정으로 옆에 있으라고. ㅋㅋ

약속시간에 찾아가니 감정사와 보조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건을 대량 보관하는 방 같았는데, 그들 뒤로 좌라락 펼쳐진 굵은 금목걸이며 팔찌들이 보였고 보석상 특유의 조명에 반사되어 휘황찬란 눈이 부셨다. 뭔가 알리바바의 보물동굴 같은.. 사진 찍을 순 없었지만 대략 이런 느낌.

물건과 보증서를 하나씩 살펴보고 값을 매기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예상은 했지만 나의 베이뷔들이 x값으로 후려쳐지는 순간. ㅠㅠ 본전을 원하면 브랜드고 뭐고 그냥 금을 사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메 말로는, 그쪽에서 얼마를 부르든 어리숙한 내가 얼씨구나 네! 할 줄 알았는데 ㅋ 의외로 공격적 딜을 해서 놀랐단다. 당연한거 아니니 나으 귀염둥이들을 헐값에 입양 보낼 순 없스... ㅠㅠ 이 가격에 파느니 길거리 기부함에 넣는게 낫겠다는 말이 절로 막 나오더라. 결국엔 합의가 되어서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고 나름 생각하는데 사메가 말하길 파이터의 기질을 타고난 자기 할머니 같았으면 족히 곱절은 받을 수 있었을 거라나. ㅎ 작별의 순간 조명 아래서 유난히 반짝거리는 모습에 나중에 후회하는거 아닌가 생각도 약 1초 했다. 그래도 역시 팔아버리길 잘한 것 같다. 자리가 많아진 주얼리함이 가벼워 보이고 마음도 가볍다. 자숙의 의미로 이 금붙이의 노예는 당분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련다. 잘 가라 베이뷔들...새 주인 만나서 행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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