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전구 좀 갈아주십사, 연통을 한 건 지난 금요일.
아저씨가 오신 건 오늘 오후가 되어서였다.
제때 못 와 미안하다, 재촉하지 그랬느냐, 한다.
"아 뭐 괜찮아요. 크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그렇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샤워, 세수, 양치- 좀 어둡다고 안 되는 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어둑한 욕실과는 점점 친숙해져, 오늘 오후 아저씨가 벨을 눌렀을 땐
서동요의 오색야명주 비밀 듣기를 방해한 그 방문이 나는 몹시 야속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돌아온 광명... 미안하다, 환영이 열렬하지 않아서.
나 알아버렸거든.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이 아니라 '있으면 좋은' 존재라는 걸.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였을 지 몰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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