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내가 듣기에도 답답한 숙소 아저씨의 영어와
시답잖은 -.- 그의 유머에 착하게도 일일이 응대해주던 소피아가 떠나고 나자-
이른바 '스페샬 케밥 사건' 을 비롯하여 (왕 자화자찬 하던 아저씨표 치킨케밥이 실은 느끼한 백숙 같았다는 충격적 사건;)
아저씨와의 관계는 약간 소원해지게 된다. (우리끼리 노는 분위기)
채연언니, 나, 은경, 그리고 박기사- 이렇게 남은 네 명은 이틀을 더 머물면서 추가여행 및 먹거리 탐험에 들어갔다.
('터키에서 먹어봐야 하는 것' 목록을 120% 달성해 내는 기염을 토함. -.-)
가장 환상적이었던 것은 카파도키아의 항아리 케밥이었으나 이스탄불에도 그에 대적할 만한 먹거리들이 많았다.
어찌 그리 다양하고 이국적인지. 결국 마지막날 체하고 말았지만 T^T 먹는 순간 만큼은 행복했노라고 회상한다.
이스탄불에 있는 동안 서너 군데의 사원을 방문했는데 웅장한 외양과는 대조적으로 내부는 매우 소박했다.
특유의 긴 속눈썹에 눈물방울을 맺혀 가며 무언가를 비는 사람들.
여성들은 하나같이 히잡을 쓴 모습이었다.
물론 현대식으로 차려 입은 여성들도 많았지만, 눈만 내놓은 경우도 절반이나 된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
그러면서 한편으론 뇌살적인 벨리댄스도 추는 나라라는 사실이 새삼 의아할 정도였다.
무슬림 여성들을 소재로 한 코믹영화를 만든다면 시스터 액트를 능가하는 유쾌함이 나오리라 기대가 된다.
꽃같은 여인네들이 죄 가린 채 다니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지만...모든 건 상대적인 것.
그들의 눈에 비치는 나야말로 알라신의 뜻이라곤 모르는 딱한 영혼이지 말란 법 없을진대
그네들의 삶에 내가 감히 무어라 왈가왈부 할 수 있을 것인가.
인권이니 여권이니 맘대로 지껄여 댔다가는 히잡 밖으로 보이는, 빼꼼하지만 예쁜 눈을 흘기며
"너나 잘하세요." 라고 의외로 매섭게 쏘아붙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언제나 싫은 동시에 고맙기도 하다.
도보 여행기의 저자 김남희씨가 처음 여행짐을 꾸리던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서른 넷. 이렇게 죽을 수도, 이렇게 살 수도 없는 나이.>
그렇다... 비단 서른 넷 뿐이겠는가.
내 나이 서른 셋도, 아니, 인생의 그 어떤 나이도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아니한 나이가 없을 터이다.
이렇게 살 수도, 이렇게 죽을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기에 돌아가 또 열심히 살고, 그저 그렇더라도 살고, 혹은 괴롭더라도 살고.
그렇게 '산다' 는 자체 만으로도 생은 벌써 의미를 갖는 건지도 모르겠다.
체해서 괴로운 뱃속과 아쉬움이 합쳐진 가운데 이스탄불의 마지막 밤 기도소리도 어느덧 잦아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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