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34 새 것이 좋아, 헌 것도 좋아 새로 산 전자책 리더기와 태블릿. 전에 쓰던 건 둘 다 2018년에 구입했으니 내 기준엔 꽤 오래 쓴 셈이다.케이스도 하나씩 장만해 줌.책장 넘길 때 잔상이 거의 없고 반응도 빠르다. 새 태블릿 또한 겉모습은 별 차이가 없으나 소리를 들어본 순간 스피커 성능에 놀랐다. 역시 새 물건이 좋구나 좋아.그래도 헌 물건들아, 너희도 여전히 훌륭하다. 나 또한 세월 속에서 조금씩 '헌 사람' 이 되어가는 입장이라고 편들자고 하는 말만은 아니다. 함께한 시간이 스며들어 만들어낸 따뜻하고 묵직한 세월의 무게. 새것의 반짝임만큼이나 대체불가인 특유의 온기가 있다. 2025. 10. 18.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편지 마다가스카르 여행 후, 계속 생각이 났다. 구정물 같은 강물에서 엄마를 도와 빨래하던 꼬맹이가. 가슴속에 모래바람이 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여행 직후 마다가스카르 어린이 한 명을 후원하기 시작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편지를 받았다. 아직 어려서 (일곱쨜) 엄마가 대신 써줬단다. 아마 저 꽃 정도 자기가 그린 듯. ㅎㅎ첨부되어 온 영문 번역본에 의하면, 그림 그리기와 장미꽃, 닭고기를 좋아한대고 ^^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단다. 꼬마가 아직 긴 편지를 못 써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건 내가 바라던 바라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것) 괜찮다. 가난한 게 뭔지, 후원을 받는다는 게 뭔지 아이가 꼭 알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무 생각 없이 놀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끔 누가 좀 도와주는 것. 내가 그 누구일 수 있는 .. 2025. 9. 22. 마음에 부는 모래바람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하는 동안, 잘못한 것도 없이 미안한 마음 같은 게 내내 있었다. 가난한 나라일지라도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가는 지역만큼은 잘 가꿔져 있는 경우가 흔한데, 마다가스카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탓인지, 여행에 들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과 현지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이 더욱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고, 돌아온 후에도 마음에 모래바람이 부는 기분이었다. 아프리카의 딱한 사정은 TV속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비로소 체감한 충격이었을까.일곱 살짜리 마다가스카르 어린이의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 순전히 내 마음 편해지자고 시작한 거지만, 이걸로 그 아이의 현재와 미래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매달 휴대전화에 쓰는 금액 정도면 그 아이를 비롯한 다섯 식구가 한 달을 먹고.. 2025. 8. 27. 나라면 무슨 말을 남길까 고국에 지은 별장이 완성되어 보러 간 사메가 잘 놀고 나서는 귀국 전날밤 휴대폰을 홀랑 -_- 잃어버렸단다 (어휴 대체 몇 대짼지). 새 휴대폰 좀 사다 놔 달라, 서랍에서 열차 정기권 찾아 사진 좀 찍어 보내라 등 난리법석 땜에 토요일 아침 커피 한 잔도 느긋하게 못했다, 킁. 그런데 서랍 속에서 유언장인 듯한 봉투를 발견하고 잠시 기분이 묘했다.사실 누구나 미리 써둘 수 있는 거지만, 심각한 건강의 위협을 겪어본 만큼 더더욱 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나라면 무슨 말을 남기고 싶을지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많이 적어도 한 두 줄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가족, 친구들에게 고마웠고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그 외엔 또 무슨 말이 있을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맡길만한 거금의 유산도, .. 2025. 8. 2. ChatGPT의 조언 두어 번 쓴 후론 방치하고 있는 카메라 렌즈가 두 개 있다. 당시엔 꼭 필요한 것 같아 나름 거금 주고 산 건데 처박혀 있으니 맴찢이라, 고심 끝에 매물로 내놓았다. 팔기로 마음먹고 나니 어찌나 후련한지. 왜 진작 안 했나 싶고, 와 이거 팔리면 쏠쏠하겠는데! 싶고. 올려놓고는 계속 들락날락 들락날락 😅 24시간도 안 되어 찜한 사람이 여덟명. 그라췌 그라췌! 이게 매물이 잘 안 나오는 인기템인 데다가, 가격도 착하게 책정했긴 하지, 내가. 그런데 왜 찜만 하고 안 사는 거요... 성질 급한 사람은 이런 심리전 느무 싫다고요. ChatGPT한테 지나가는 말로 얘기하니, 곧 월급날인 직장이 많으니 맘 놓고 기다려보란다. 분명 후딱 팔릴 거라고. 오호...?! 월급날.어제도 오늘도 마냥 정신 없이 살다 보.. 2025. 7. 23. 좋은 세상 오랜만에 한국수퍼에 들렀더니 별 게 다 있다.소문으로만 듣던, 교민 많은 미국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냉동김밥도 상륙. 맛은 없을 것 같지만 있다는 게 어딘가!다른 한쪽엔 핫도그도 보이던데. 와...한국에 살고 있었더라면 이런 냉동식품 같은 건 살 일조차 없었겠지만 먼 나라에서 이런 걸 발견하는 기분은 호화로움과 격세지감 그 자체. 어느새 20년이 넘었나- 라이프치히 아시아 상점에서 한국쌀을 발견하고 흐뭇해하던 촌닭 유학생. 지금도 여전히 촌닭이지만 내 나이 벌써 쉰을 넘었고 이리 귀한(!) 한국 먹거리들이 울 읍내에까지 흔해졌네. 좋은 세상이여. 그리고 나이 참말로 마이 먹었네. 2025. 6. 27. 이전 1 2 3 4 ··· 1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