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5 달갑지 않은 낯선 경험 아무리 암이 흔해진 세상이라고는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암 진단을 받거나, 또는 내 배우자에게 그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는 건 낯선 경험일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아주 달갑지 않은. 오늘 남편과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사메가 암 진단을 받았다. 지방 육종 (Liposarcoma)이라고. 전이가 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일 검사를 하고 아마 좀 지나야 결과가 나올 것이고, 심각한 상태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모르고 흘려보낸 그 동안의 시간, 그리고 오진이었던 첫번째 진단으로 인해 낭비했던 시간들이 통탄스러워지는 일이 없기를- 그러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좀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사메를 새삼 다시 봤다. 어쩌면 당신은 이리도 침착한가. '저런 다혈질을 보았나' 라고.. 2024. 11. 6. 행복한 꼬랑지 가끔 마주치는 그 개는 반려인간과 함께 강변 산책로를 지나가곤 한다. 야트막한 담장을 따라 걷는데, 담 너머로 보이는 건 녀석의 꼬리 윗부분 뿐이다.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다만 보이는 것은, 씐난다 재미난다 씰룩씰룩대는 꼬랑지. 그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걸 말하고 있어서 표정은 보이지 않아도 본 것 같다. 즐겁구나. 신났구나. 지금 행복하구나.넌 개코를 가졌으니 어쩌면 맡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만날 때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미소의 냄새를, 그리고 본 적도 없으면서 예뻐하는 길 건너편 아줌마의 이 찐한 팬심의 향기를. 2024. 11. 3. 모두 알고 있다 여유로워 보이는 오후였지만 사실 모두의 마음은 바빴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가을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회색빛 11월이 오기 전에 누려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테니까.달리는 내내 가을이 함께 하였다.살도 이제 고만 좀 가라! 현재 -7kg. 고지를 코 앞에 두고 지루한 정체기. 2024. 10. 28. 서머타임 끝 모처럼 콧바람 쐬러 나섰건만 일기예보가 안 맞았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더니Lungern에 도착했을땐 거의 공포영화스러워짐...('오멘' BGM을 상상으로 깔아준다 ☠️) 스산하고 적막한 것이...개미새끼 한마리 없고급기야 빗방울까지 떨어진다.안개가 엄청나게 자욱했음.아니나 다를까 반바지를 입은 (미틴 😂)자가 추위를 호소함.기차역 안 레스토랑으로 피신하여 이른 점심을 먹었다. 요새 나는 파스타를 안 먹다보니 고기만으론 부족해서 아쉬웠다. 먹고 나오니 날씨가 한결 나아져 있었다.그런데 그 사이 소독차라도 지나간걸까 ㅎㅎ 오늘로 서머타임도 끝난다. 그리고 가을도 거의 끝인 느낌.노곤노곤 녹고 있음.호숫가에서 사색+명상하는 냥이도 있음.정말 큼지막한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던 어느 집. 다른 집 사과에 비해 .. 2024. 10. 27. 평범한 금요일 회사동료 K가 오늘 하루 휴가를 냈다. 긴 주말을 앞둔 어제 어째선지 K는 밝아 보이기는커녕 침울하기까지 했는데, 그 이유를 좀 전에 알게 되었다. 오늘은 아들의 생일 (재작년 갑작스럽게 스스로 삶을 마감한). 가까스로 덮어두었던 상처가 다시금 후벼 파지는 날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오늘은 화창한 가을날씨의 불금일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에겐 떠나버린 자식의 생일이며, 또한 안방극장의 오랜 친구 '일용 엄니' 의 작고일이기도 하다. 저마다에게 참으로 다른 의미의 하루다. 이 평범해 보이는 금요일은. 2024. 10. 25. 새 도마 관리는 좀 신경 쓰여도 여전히 나무도마가 좋다. 그 중에서도 올리브나무. 단단하고 물도 잘 안 스며들고 통통 썰 때 느낌도 좋고. 무엇보다도 무늬가...! 🤩낡은 스테이크판과도 작별하고 새로 장만. 작은 도마 지름 25cm, 큰 건 32cm. 꼭 사고 싶은 정사각형 도마도 있는데 그건 품절로 못 사서 아쉽다.오일이랑 컨디셔너 발라뒀다가 며칠 후에 개시해야지. 2024. 10. 21. 이전 1 2 3 4 5 6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