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25 환불원정대 사메의 방사선 치료 스케줄이 정해졌다. 이제 볼리비아 여행은 그만 단념하고 항공권 환불이나 얼른 받으랬더니 어째 머뭇거리지 않겠나. 글쎄 환불불가 표를 사셨단다. 으아니...장거리라 힘들 것 같아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끊었는데 그걸 하필 환불불가로 했단 말이지. 😭 무려 1200만원을...자알 한다! 부득이한 건강상의 사유가 있으면 다는 아니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며 담당의에게 연락을 취한 환자분. "환불 받아야 하니 여행 절대 못 간다고 강력하게 써주세요!" 날아온 certificate에 나도 모르게 빵 터지고 말았는데...'serious disease'...(뒤에 해골바가지 그림도 하나 그려 넣으면 어울릴 듯 ☠️). 근데 사실이지 뭐. 웃프다 웃퍼. 이 와중에 쌤 필체는 또 무엇. ㅋㅋㅋ별로 웃을.. 2024. 11. 22. 금년 첫눈 진눈깨비처럼 내리더니 나중엔 제법 쌓이기 시작했다.다음주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정말 겨울이구나.롱패딩으로 무장하고 다닌지 2주도 넘었지만 눈이 오자 비로소 진짜 겨울로 접어든 기분이다. 잘 마무리하자, 2024. 2024. 11. 22. 신입과 생일카드 회사 HR팀에 새 멤버가 들어왔다. 30대 초반 정도의 상냥하고 활달한 그녀는 오자마자 '생일카드 프로젝트' 를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직원 중 누군가의 생일이 다가오면, 카드를 마련해 손글씨를 쓰고 다른 직원들의 서명도 받기 위해 며칠씩 동분서주했다. 대단한 정성이다. 그러나 그녀가 몰랐던 사실이 있으니...이 생일카드 문화는 이미 오래전 우리 회사에서 사라졌다. 그것도 꽤 격렬한 논의 끝에. 지금의 HR팀은 모두 그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이고, 갓 들어온 그 역시 몰랐을 수밖에 없다.결국 임원 한 명이 총대를 메고 신입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취지는 더없이 좋으나, 원치 않는 개인정보 유출일 수 있고 사생활 침해의 소지도 있어 반대가 컸었다는 것을. 생일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알리고 축하 받는거야 어디까지나.. 2024. 11. 21. 넌 도마뱀이 아니니까 더운 나라에서 도마뱀과 마주쳤을 때 말이다- 처음엔 기겁을 해서는, 방 안까지 들어오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다 낯이 좀 익으면(...) '혹시 방 안까지 들어왔더라도 눈에 띄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그러다 더 나중에는, '방 안까지 들어올 수도, 어쩌다 눈에 띌 수도 있겠지만 제발 자는 동안 내 얼굴 위로 뚝 떨어지지만 말아주라' 라고 기도하곤 했다. 다행히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요즘 심경의 흐름이 그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처음 진단이 나왔을 때는 한치의 심적 용납도 안 되다가 ('암 따위가 내 가족의, 내 삶에 들어올 순 없다' 라는), 그나마 눈에 띄는 전이는 없다니 잠시 안도했다가 (그래, 이미 생긴 걸 어쩌겠나. 다만 수술 때까지 죽은 듯이 있어라), 이번에 잘 낫더라도.. 2024. 11. 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전 外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11. 9. 달갑지 않은 낯선 경험 아무리 암이 흔해진 세상이라고는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암 진단을 받거나, 또는 내 배우자에게 그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는 건 낯선 경험일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아주 달갑지 않은. 오늘 우리집에 일어난 일처럼. 사메가 암 진단을 받았다. 지방 육종 (Liposarcoma)이라고. 전이가 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일 검사를 하고 아마 좀 지나야 결과가 나올 것이고, 심각한 상태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모르고 흘려보낸 그 동안의 시간, 그리고 오진이었던 첫번째 진단으로 인해 낭비했던 시간들이 통탄스러워지는 일이 없기를- 그러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좀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사메를 새삼 다시 봤다. 어쩌면 당신은 이리도 침착한가. '저런 다혈질을 보았나' 라고 싸울.. 2024. 11. 6. 이전 1 2 3 4 5 6 7 ··· 1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