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해가 왔고 1월도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 그동안 사메의 스물다섯 번 방사선 치료도 끝이 났다. 이제는 피폭으로 너덜해진 피부를 진정시키며 수술을 기다리는 시간. 나였다면 숙연(...)하게 숨 죽이며 보낼 듯한 이 기간을 그는 새로운 관심거리에 빠져 지내고 있다.
그것은 집 짓기로, 고국 해변마을 (north coast 부근)의 집을 사들여 헐고 새로 짓기 시작했다. 직접 가지는 못하니 시누를 파견 보내 점검하고 원격 인테리어 회의를 하는 등 나름 바쁘다. 기분 가라앉아 근심만 하는 환자보다야 백 번 낫다만, 나로선 '굳이 지금?' 싶기도 한 것.
"마음의 여유가 없지 않아?" 라고 묻는 나에게 돌아온 답은, '지금이 아니어야 할 이유가 딱히 없어서' 라고. 그 해변에 소박한 별장 한 채 갖고 싶다는 소망이 늘 있었고, 마침 적당한 매물이 지금 나왔고, 그래서 지금인 것뿐이라고. 그렇긴 하지. 사실 치료를 하루 종일 받는 것도 아니고 시간적 여유로 따지면야 지금이 제일 많지. 몰두할 다른 일이 있다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고. 다만 나라면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을 것인데 저 사람은 나 같지 않을 뿐.
멀티 태스킹 나도 물론 할 수 있다, 할 수는 있는데. 그래도 지금 가장 중하다 여기는 일에 맘속으로는 더 집중하게 되는 그런 거 있지 않나. 그러나 저 사람은 여러 관심사에 뇌 뿐만 아니라 심장도 똑같이 분배하고 스위치 하는 느낌인데, 저게 바로 심리적 멀티 태스킹인가 싶고 말이지.. 결혼 직후 적응기간에 사네 마네 하며 싸울 때에도 '축구하러 갈 시간이니 일단 갔다 와서 마저 싸우면 안 될까' 라고 말해 나를 더 분기탱천 😂 하게 만들던 그 점. 그 점이 이런 시기엔 의외의 장점이 되기도 하는 모양새니 사람의 성향이란 역시 어느 한 관점에서만 평가할 일이 아닌가보이.
그 와중에 욕실 벽 타일 후보 저거 실화냐. 저런 것 밖에 없니 정말 저게 최선이니...! 아... (극구 반대한 끝에 다른 걸로 고르긴 했음)
완성된 집은 어떤 모습일지, 공사가 끝나는 여름 즈음 건강상태는 어떨지. '지금은 곤란한 이유' 를 매사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내곤 하는 나는 그때쯤엔 좀 낙천적인 인간이 되어있을 수 있을 것인지- 이런 저런 궁금증을 안고서 여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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