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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알록달록이 그리운 회색빛 날들

by SingerJ 2022. 1. 23.

어쩜 비가 3주째 지치지도 않고 내린다. 그쳤나 싶으면 또 오고, 오늘은 안 오네 싶으면 잠깐이라도 꼭 내린다. 세상의 우산장수들이여...햄볶하느뇨? 이제 그만 소금장수들에게 차례를 좀 물려줘도 되련만. 천둥번개가 우르릉 번쩍 하는 저녁, 뜬금 없이 만들어 얼린 아이스팝. 겨울로 돌아간 듯한 날씨에, 감기 걸려 콧물 훌쩍이는 나와, 금식중인 남편. 먹을 이 없고 먹을 분위기도 아닌 아이스바가 그러잖아도 좁은 냉동고 한자리를 떠억 차지하고 있다.

저것은 분명 내 나이 마흔 평생에 처음 사본 가장 컬러풀한 옷이다. 네이비, 회색 일색인 따분함을 좀 탈피해보자는 일종의 몸부림이었는데 그런 몸부림 같은건 역시 치지 않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옷을 볼 때마다 백번도 더 후회하고 있다.

'이거 살까? 이뻐?' 물었을때는 되게 이쁘다고 사라 사라 부추기더니, 도착한 옷을 보여주자 이게 그 옷 맞냔다. -_- 에휴, 누굴 탓하리. 바캉스룩도 오피스룩도 아닌 이 알록이 달록이를 나는 과연 언제 어디서 입을 수 있을 것인가 다만 그것이 궁금할 뿐.

이번달에 일 폭탄이 제대로 터지리라는 건 연초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는 6월이다. 따뜻한 공기가 그립다. 휴가가 그립다. 풀냄새가 그립다. 이런 회색 날씨 말고 강렬한 빨주노초파남보가 그립다. 이 비가 그치고 햇빛이 쨍 나면, 싱그러운 여름이 드디어 오면, 일벌레 신세가 한고비 지나고 나면 저 알록달록 원피스에다 아이스바 하나 꺼내 물고 강변을 활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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