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14 10:011 있으면 좋은 욕실 전구 좀 갈아주십사, 연통을 한 건 지난 금요일. 아저씨가 오신 건 오늘 오후가 되어서였다. 제때 못 와 미안하다, 재촉하지 그랬느냐, 한다. "아 뭐 괜찮아요. 크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그렇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샤워, 세수, 양치- 좀 어둡다고 안 되는 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어둑한 욕실과는 점점 친숙해져, 오늘 오후 아저씨가 벨을 눌렀을 땐 서동요의 오색야명주 비밀 듣기를 방해한 그 방문이 나는 몹시 야속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돌아온 광명... 미안하다, 환영이 열렬하지 않아서. 나 알아버렸거든.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이 아니라 '있으면 좋은' 존재라는 걸.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였을 지 몰라. 2021. 11.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