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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백번 이해합니다

by SingerJ 2022. 4. 20.

우리 회사에서 개발 중인 약들 중 하나-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희귀병에 쓰일 야심 찬 제품으로서, 좋은 약이다 좋은 약인데...제형이 좀 특이하다. 아주 아주 초 미니 알약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물을 조금 부으면 이 마이크로 알약들이 젤을 형성하며 점점 부풀어 오른다. 그럼 숟갈로 떠먹으면 되는 것.

문제는 이게 꼭 우무질에 든 개구리알 먹는 것 같다는 거다. 임상시험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웃프지만 그거란다. 참가자들이 약 먹는 걸 극혐해서. ㅋㅋ 😭😂 (심각한 문젠데 처웃고 있음;;) 정 거북하면 사과무스 같은 거에 섞어 먹어라 등등 보완책을 마련해 봤지만 효과는 미미 (그래 봤자 사과무스 섞은 개구리알...) 개발팀은 고민에 빠졌다. 개선할 방법이야 물론 있지만 특허다 뭐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제약이 많은 모양.

학교 다닐 때 patient compliance를 배우면서도 사실 얕잡아 봤다. '아니 뭣이 중헌디...애들은 또 몰라도 어른이 걍 꾹 참고 먹음 되지! 호불호가 글케 중요해?' 했는데...생각보다 마이 중허네. 😂

개인차도 큰 것 같다.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시조카는 알약을 삼키느니 주사 맞는 게 백 번 낫단다. ^^ 나도 좌약/질정 보다는 주사가 훨 낫다. 포닥 시절 우리 연구실에 좌약의 신 ㅋㅋ 이 있었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도 좌약은 좌약 아닌가. ㅎㅎ 시럽/물약도 싫다. 공포의 지미신과 브론치쿰 아아 내 트라우마. 발포정도 꺼려진다. 한 번에 많은 액체를 마시는 게 개인적으론 너무 힘들다. 이곳의 국민 감기약이라 할 정도로 잘 듣는 발포정이 하나 있지만 난 꼭 그냥 삼키는 알약으로만 산다.

하물며 개구리 알이라니...! 🤣 못 먹겠는 거 백번 이해합니다 이해하고 말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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