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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탑건 매버릭

by SingerJ 2022. 6. 26.

내가 기억하는 삼십 몇 년 전의 탑건은, 새파랗게 젊은 주인공이 다른 새파란 넘들과 더불어 멋있는 척하는 얘기였다. 이번 속편은 노장이 된 주인공이 얼라들 데리고 여전히 멋있는 척하는 이야기더라 (아, 이 수준 낮은 원초적 감상평이란;; ㅋㅋ).

재미있긴 하지만 막 숨 막히게 재미있는 건 아니고, 예술성이나 작품성으로 보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히트작이었던 과거 영화의 아주 오랜만에 나온 속편일 뿐인데, 이 영화의 무엇이 이토록 마음을 흔드는 걸까.

감회와 향수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탑건을 봤던 사람, 톰 크루즈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세대가 아니면 갖지 못할 감정- 그런 감회로 보는 영화. 그때와 같은 주인공, 오랜만에 다시 듣는 추억의 OST 때문 만은 아니었다. 삼십 년 전과 후의 나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는 기분이었달까. 라면 먹으며 TV로 그 영화를 보던 중딩은 지금 전혀 다른 곳에서, 내 인생에 그때는 아직 없었던 사람과, 그때는 아직 상상할 수 없었던 어른의 모습을 하고서 속편을 본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그 시구절이 떠올라 잠시 센치하였다.

이 영화를 택한 톰 크루즈의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그였더라도 이 영화를 하고 싶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고. 그리고 그 감정은, 지금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싶고 왠지 봐야 할 것 같았던 감정과 굉장히 비슷한 게 아니었을지. 이런 게 바로 '향수' 라 불리는, 나도 알 만큼 안다고 지금껏 착각해 왔던 그 감정인 걸까. 세월이 더 흘러 나이를 더 먹을수록 이 감회의 울림의 깊이도 더해가게 되는 것일까. 매버릭은 이 단세포에게 오늘따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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