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HR팀에 새 멤버가 들어왔다. 30대 초반 정도의 상냥하고 활달한 그녀는 오자마자 '생일카드 프로젝트' 를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직원 중 누군가의 생일이 다가오면, 카드를 마련해 손글씨를 쓰고 다른 직원들의 서명도 받기 위해 며칠씩 동분서주했다. 대단한 정성이다.
그러나 그녀가 몰랐던 사실이 있으니...이 생일카드 문화는 이미 오래전 우리 회사에서 사라졌다. 그것도 꽤 격렬한 논의 끝에. 지금의 HR팀은 모두 그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이고, 갓 들어온 그 역시 몰랐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임원 한 명이 총대를 메고 신입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취지는 더없이 좋으나, 원치 않는 개인정보 유출일 수 있고 사생활 침해의 소지도 있어 반대가 컸었다는 것을.
생일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알리고 축하 받는거야 어디까지나 자유지만, 회사 측에서 먼저 누구누구의 생일이니 카드를 쓰자 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 (나도 그중 1인). 얼굴도 잘 모르면서 그냥 쓰는 영혼 없는 축하가 절반은 넘지 않으려나. 아무튼 마음 따스한 신입 HR 매니저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이런 선의를 어떻게 그런 식으로 해석해!" 이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나에겐 언제였더라... 세상 사람들 생각이 다 내 맘 같은 게 아닐뿐더러 선의가 선의로만 해석되는 것도 아님을 처음 깨달았던 때가. 어느덧 기억도 나지 않는 먼 옛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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